색소 첨가물, 찜찜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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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결혼을 앞둔 김수영(33·서울 서초구)씨.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여자친구가 준 형형색색의 초콜릿 선물 바구니를 받고 난감했다. 어릴 적 색소가 많이 든 과자와 초콜릿을 먹고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설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 정서 때문에 색소 첨가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 식품회사에서는 색소를 빼는 작업이 유행이다. 한 예로, 매일유업은 재작년부터 가공유 생산라인에서 색소 첨가 공정을 없앴다. 이 회사 홍보팀 김현호씨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결과 색소 첨가제품이 점점 외면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색소는 크게 화학적 착색료와 천연착색료로 나뉜다. 바나나우유의 노란색, 초콜릿의 갈색, 딸기아이스크림의 분홍색은 인공 색소인 화학적 착색료로 만든다. 식품에 사용되는 화학적 착색료는 총 19종 26품목. 나머지는 공업용이다.

 화학적 착색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색소는 타르계다. 타르는 석유에서 만들어지는 벤젠·크실렌·톨루엔·나프탈렌 등을 원료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타르색소는 식용색소 녹색 3호, 적색 2호, 적색 3호, 적색 40호 등 총 9종. 딸기 우유나 초콜릿 등 제품 성분표기란에 색소의 종류가 명기돼 있다.

 또 다른 화학 착색료는 알루미늄레이크다. 기존의 식용색소와 염기성 알루미늄염을 반응시켜 얻는다. 일반 색소에 비해 식품에 색을 균일하게 입히고, 지속기간도 길어 착색이 어려운 분말·과자·알사탕·껌 등에 많이 쓰인다. 녹색 3호 알루미늄레이크, 적색 40호 알루미늄레이크 등이 있다.

 비타르계 색소는 천연색소를 다시 화학처리하거나 재합성해 만든다. 제품 뒷면에 β-카로틴·수용성안나토·황산구리·캐러멜·철 클로로필린나트륨·이산화티타늄 등이 표기돼 있으면 천연색소를 화학 처리해 만든 것을 첨가한 것이다.

 발색제도 있다. 식품의 색을 더 선명하게 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 햄이나 소시지, 과일 등에 쓰인다. 대표적인 것이 아질산나트륨, 아초산나트륨이다.

 색소를 직접 입히는 것뿐 아니라 있는 색을 밝게 하거나 선명하게 하는 물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아황산나트륨이다. 일종의 표백제다. 색소를 파괴해 흰 색깔을 만들거나 색소를 선명히 입히기 위해 밑바탕용으로도 사용한다. 과자·빵·빙과류·와인 등에 쓰인다. 최근 깐 밤, 깐 도라지에 차아황산나트륨을 불법으로 넣어 유통시킨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화학적 색소도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쓰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값싼 공업용 색소나 기준치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또 색소가 많이 든 식품을 여러 개 섭취해 하루 섭취 허용범위를 벗어날 때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예컨대 표백제로 쓰이는 차아황산나트륨은 법정 허용량만큼만 쓰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준을 초과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위 점막을 자극해 소화기장애·천식·눈 자극·유전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법적 허용량은 성인의 평균 체중과 내분비대사 기준에 맞춘 것이므로 아주 예민한 체질이거나 체구가 작은 어린이는 법적 허용량을 지킨 색소 첨가식품에도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09년 국내 백화점·대형마트·도매점에서 합성 착색료가 든 어린이 기호식품 50개를 수거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제품에 타르색소가 1개 이상 포함돼 있었고, 절반은 3가지 이상 들어 있었다. 특히 과다섭취 시 알레르기와 정서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황색 4호는 86%(43개) 함유돼 있었고, 역시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적색 40호도 84%(42개)였다. 영국 식품기준청은 이들 색소가 어린이 과잉행동을 유발한다고 보고 일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황색 4호와 적색 40호가 많이 쓰이는 식품은 치즈·버터·아이스크림·과자·소시지·통조림 등이다.



 식품안전연구원 전향숙 박사는 “각각의 식품만 섭취했을 땐 안전할 수 있어도 이런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아민 물질과 반응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2005년 식약청 조사결과 대부분의 국민이 아질산나트륨을 일일허용량 이하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햄이나 소시지를 매 끼니마다 먹는 청소년은 허용기준을 넘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색소를 불법으로 첨가하는 곳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서 2009년 초등학교 주변에서 어린이 기호식품 21개를 조사한 결과, 21개 제품 중 8개인 38.1%가 제품 용기에는 표시하지 않은 색소를 쓰거나 존재하지 않는 색소명을 허위로 적어 놓았다. 일부 제품에는 2008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타르계 식용색소 적색 2호가 발견되기도 했다. 세종대 식품공학과 경규항 교수는 “일부 영세 식품업체는 식약청에서 금지한 색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식품을 살 때 소비자가 잘 가려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색소 사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5월 국산 건강기능식품 9300가지의 타르색소 사용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제품의 20%가 타르색소를 썼고, 특히 캡슐형 제품은 절반 가까이 타르색소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의 본 내용물은 타르색소를 못 쓰게 돼 있지만 외부 캡슐에는 쓸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기호식품에는 타르색소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에는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연색소는 합성색소에 비해 가격은 높으면서 색상의 선명도는 떨어진다. 원료도 제한돼 있고 열과 빛·산도(Ph)에 매우 불안정하다. 하지만 최근 합성색소 사용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정부 규제가 심해지면서 천연색소가 재조명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천연색소 시장은 매년 4~5% 성장해 현재 1조5350억원에 이른다. 합성색소 시장 성장률 2%의 두 배다. 녹황색 야채나 당근에서 추출한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자색고구마나 포도에서 추출한 후라보노이드계 색소, 오징어 먹물에서 추출한 멜라닌 색소 등이 대표적이다. 활성산소 발생 억제, 항산화 기능, 면역기능 활성화 등의 작용도 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너무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배지영 기자

색소 첨가물 부작용을 피하려면

1 제품의 색깔이 지나치게 진하거나 곱다면 의심

2 성분표기란에 어떤 색소가 들어있는지를 확인. 색소가 든 제품을 하루에 여러 개 섭취하지 않는다

3 상품에 제조업소명이나 소재지 정보 없이 모호한 표시가 있다면 허가 받지 않은 색소를 썼을 가능성 높음

4 성분표기란 위에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면 의심

5 확인되지 않은 수입식품, 특히 저가일 경우 주의. 최근 중국·인도네시아·멕시코산에서 불량색소 첨가 제품 다량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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