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을 노려라 … 딤섬본드·예금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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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화폐 중 하나다. 위안화를 사들여 장기 보유하라.”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지난 12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던진 말이다. 그는 2006년에도 “10년 뒤 기축통화는 달러가 아닌 위안화일 것”이라며 위안화 예찬론을 편 바 있다.

 기축통화 ‘등극’을 논하지 않더라도 위안화는 가치가 매년 꾸준히 오르는 통화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물가 상승, 선진국의 평가절상 요구 등으로 6% 정도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스탠다드차타드·UBS 등은 올해 위안화의 절상률을 지난해(3%)의 두 배가 넘는 7%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수익을 얻는 상품들이 소리소문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게 증권업계의 유행으로 떠오른 ‘딤섬본드’다. 딤섬본드란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 중국식 만두인 딤섬(點心)에서 따왔다.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인 ‘팬더본드’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QFII) 자격이 있어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딤섬본드는 이런 제한이 없다. 위안화 대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증권업계에선 처음 딤섬본드 투자상품인 ‘위안화자산 특정금전신탁’을 선보였다.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이나 된다. 그렇지만 인기를 끌었다. 6일간 한시적으로 판매했지만 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기관들을 대상으로 설정한 딤섬본드 관련 사모펀드에도 200억원 정도가 유입됐다. 딤섬본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다.

 이는 위안화 절상에 따라 환차익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딤섬본드의 이자는 연 3%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연 9% 이상의 수익(세금·수수료 제외)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지난 7일 출시한 ‘하나UBS딤섬증권투자신탁[채권]펀드’는 업계 최초로 선보인 공모형 딤섬본드 펀드다. 현재까지 120억원 정도가 팔려나갔다. 한국투신·메리츠자산운용도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UBS자산운용 김혜경 마케팅팀장은 “안정적으로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딤섬펀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화 예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외환은행의 개인용 위안화 예금인 ‘중(中) 위안화 보통예금’ 잔액은 1월 말 현재 792만 달러로 지난해 7월(381만 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6월 위안화 예금을 처음 판매한 뒤 예금 잔액이 현재 162만 달러에 이른다. 외환은행 측은 “위안화 예금은 이자를 주지 않고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도 않는데도 위안화 절상 기대를 업고 자금이 몰려온다”고 전했다. HSBC가 지난 10일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금리를 최대 0.4% 얹어주는 ‘위안화 종합예금 및 정기예금’을 내놓는 등 이자를 주지 않은 추세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위안화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딤섬본드와 위안화 예금은 금리가 매우 낮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위안화 절상 폭이 크지 않으면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에 비해 가치가 올랐다고 해도,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동반 절상된다면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위안화 예금의 경우 거래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1위안을 살 때는 171.02원(18일 전신환 기준)이 들지만, 팔 때는 167.64원밖에 못 받는다. 위안화가 최소한 3.38원 올라줘야 거래비용을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딤섬본드는 상품별 차이를 신경 써야 한다. 금전신탁은 환차익에 세금을 떼지 않지만 펀드는 15.4%의 세금을 문다. 펀드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환매가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금전신탁은 최소 가입액이 1억원 이상으로 많고 환매에도 제한이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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