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만으로도 2025년까지 호황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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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우리만치 계속되는 미국 경제의 강세, 밀레니엄 시대를 향한 카운트다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 등은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될 호황의 출발선에 있다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을 모아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금 21세기 세계경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예상하고 있다(장기간의 호황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호황이 꼭 찾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경제의 미래 : 장기 호황을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OECD의 전문가들은 기술이란 경제적 역동성에 불을 지펴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일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에 의한 변화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통치체제의 변화, 자유무역, 시장경제에 의한 자유로운 경쟁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질 호황기에 관한 세 가지의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여전히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이고 다른 선진국들도 점차적으로 미국의 기술과 경영방식을 답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자유로운 개방무역과 투기자본의 범람으로 기술이 급속도로 전세계에 퍼져 개발도상국에까지 전해진다는 예상이다.

세 번째 아시아 지역에도 일부 존재하는 발달된 도시와 지역 사이의 네트워크가 서로 자유롭게 교역함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지만 기술과 다른 이익이 될 만한 것들은 폭넓고 심도깊게 전파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OECD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는 각각 다 핵심적 정책들의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 시나리오들 중 그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변화된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밀레니엄 시대가 개막된다 해도 세계 경제는 그냥 쉽게 정체돼 버릴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엽적·국가적·세계적 레벨의 혁신적인 정책들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장기적 호황에 관한 예측의 대부분은 기독교적 열정에 들떠 뉴 이코노미의 영광을 설교하려고 드는 미국 투자전문가들에게서 비롯됐다.

반면 OECD의 전문가들은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예측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루어낸 기술의 발전은 과거로 치자면 전기나 내부연소엔진, 라디오의 발명과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OECD의 보고서는 “‘과거를 알아야만 현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19세기 후반에 있었던 기술 잠재력의 실현은 경제와 사회의 총괄적 변화와 개혁이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이러한 변화로는 도시를 건설하고 발전시켰던 것 등을 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장기적 호황을 누리려면 적어도 향후 20∼30년간은 세계적으로 1인당 GDP의 연도별 성장률이 3% 가량 돼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찾아온 호황기에는 73년 오일쇼크 이전까지 1인당 GDP가 세계적으로 매년 2.9% 정도 성장했다.
그 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GDP성장률이 오일쇼크 이전 25년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인당 GDP비율은 연간 1.2% 성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의 기적은 대부분 노동력을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시켜 손으로 만들던 것을 기계로 만들기 시작한 산업의 기적이었다. 다음 세기의 장기 호황이 정말로 도래한다면 그것은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OECD 전문가들은 향후 몇십년간 장기호황을 불러오기 위해 새롭고 강력한 정책들이 적용돼야 하는 몇가지 분야들을 지적했다. 기술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기초적 연구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유무역은 반드시 장려돼야 하고, 투자 역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그 범위 또한 넓어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좀더 가까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더욱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된다.

이 변화에 대한 요구는 특히 아시아 지역내 대량생산의 주역이었던 사적·공적부문의 거대 경영주체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정리=홍주연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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