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59명밖에 안 뽑은 그 자리 … 유엔 정규직원 한국인 부부 첫 탄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유엔의 첫 한국인 부부 정규직원 이재성(왼쪽)·김미선씨. [연합뉴스]

유엔본부 사무국 정규직원이 되는 관문은 좁기로 유명하다. 1991년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 후 유엔본부 정규직원을 뽑는 국별경쟁시험(NCRE)에 합격한 사람은 59명에 불과하다. 이런 관문을 나란히 뚫은 한국인 부부가 나왔다. 유엔 법률국 소속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재성(37)씨와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김미선(33)씨 부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씨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딴 뒤 한국 외교부에서 1년 가량 재직하다 2007년 4월에 유엔 직원이 됐다. 맡은 일은 국제거래 관련 업무다. 부인 김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삼일 회계법인과 미국 시티그룹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유엔 공채시험을 통과했다. 현재 유엔 평화유지군의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DFS)에서 일하고 있다.

  애초 김씨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게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갔다. 그런데 뉴욕과 빈에서 살며 남편의 일에 흥미를 느낀 그는 전공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유엔 공채시험에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남편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김씨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곳에 탱크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이를 살 예산을 확보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며 “따분한 일상이 되풀이되지 않고 매일 새로운 상황과 마주쳐야 하는 긴박감이 좋다”고 말했다.

 휴가를 받아 뉴욕을 찾은 이씨는 “함께 근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아내가 유엔 공채시험을 봤는데 결국 다시 ‘별거’를 하게 됐다”며 “서로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부서에 근무할 수 있게 돼 헤어짐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거래 관련 규정을 통일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인 김씨는 “유엔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봉사 기구 같은 비영리 목적의 펀드에서 직접 운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