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은 MS사의 또다른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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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들은 지난 몇 달간 차례로 증언대에 올라 이 회사가 저지른 추악한 비리를 폭로했다. 그리고 그들의 증언은 저항하는 회사를 응징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전략에 일침을 가한 법원판정으로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反독점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소송의 다음 단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게 거의 확실하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최종판결에서 이기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피해업체들은 민사소송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민사소송에서 이길 경우 피해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관행으로 입은 피해의 세 배에 달하는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거액이 걸려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로선 민사소송이 또다른 법정 악몽이 될 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피해업체는 넷스케이프다. 잭슨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의 도전을 막기 위해 한 일을 자세히 기술했다.
신생업체인 넷스케이프로부터 퇴짜맞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필요한 기술을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를 채택한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넷스케이프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제 AOL은 넷스케이프를 대신해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AOL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소 여부를 고려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애플과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할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오피스 소트프웨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소는 곧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것이다.

파트너들이 굳이 제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휴업체와의 거래시 종전과 달리 태도를 바꿀 것이다.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브라우저만 사용토록 경쟁업체들을 을러대지 않을 것인가. 미국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 로버트 라이턴 부소장은 “모두들 비장의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법정투쟁이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롭다고 반박한다. 법원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동이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소비자들에게 유익하다”고 판결할 것이라고 이 회사 대변인 마크 머리는 강조했다.

소송 위협이 살아 있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부 파트너와 경쟁업체들은 그것을 유리한 쪽으로 활용할 게 확실하다. 조지 워싱턴大 법대교수인 윌리엄 코바치치는 기업들이 경쟁업체들과 손잡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불만 있으면 말해보라”며 대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하이테크 산업에는 점잖지 못한 행동이 난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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