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우리 영화처럼 주유소나 털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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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상영중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모방범죄'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한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충북의 10대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그대로 본떠 주유소를 털다 붙잡혔다고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네명의 청소년들이 주유소를 습격, 사장 등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난투극을 담았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모방범죄 운운하는 게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사려분별이 깊지 못한 청소년들 중 일부는 영화내용을 실제 행동에 반영해 범죄로까지 연결할 개연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번진 적이 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를 들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대법원은 10대 남녀가 각지를 배회하며 이유없이 살상을 일삼는 내용의 이 영화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모방범죄의 개연성을 인정한 셈이다.

아직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사례가 우리 사회에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번 〈주유소 습격사건〉의 경우가 그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앞으로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이런 문제에까지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허구로 엮인 재미를 추구했다지만, 그 영화적 허구 속에는 분명 미화된 폭력이 엄존한다. 관객 대부분이 청소년인 이상 그 '독소'를 경계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형진 고문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한 모방범죄 유발 가능성에 대해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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