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인 혈흔, 안방 침대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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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의사 부인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모(29)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11일 “사고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사건현장을 다시 검증한 결과 부부의 집 안방 침대에서 박씨의 혈흔을 발견해 주목된다.

 국과수가 제시한 박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성 질식사’. 목이 눌리거나 졸려서 숨졌다는 것이다. 국과수 측은 “시신의 상태를 종합할 때 욕조에 쓰러져 목이 접혀 질식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허기영 교수(법의학)도 “목이 졸려 사망했다면 목 안쪽 근육에 출혈이 있거나 목젖 근처 연골이 부러지게 된다. 정맥에 정체현상이 생겨 눈의 실핏줄이 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박씨의 눈 실핏줄은 터져 있었고 목 근육에 출혈이 있었다.

 서울대 이윤성 교수(법의학)는 “목이 앞으로 꺾인 질식사라면 목 근육 출혈이나 점막 출혈이 생기지 않는다. 동공 실핏줄이 터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술이나 약물에 취했거나, 뇌진탕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기도가 눌렸다면 사고사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씨의 시신에서는 두개골 골절이나 뇌 자상 등 뇌진탕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약물이나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의 목에서 손가락 자국이 발견되지 않아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국과수 서중석 법의학부장은 “목이 졸려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피부 위에 손가락 자국이 남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박씨 부부의 집 안방 침대에서 박씨의 혈흔을 발견하고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안방에 있는 스탠드 등의 일부분이 부서진 것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남편 백모(31)씨가 안방에서 부부 싸움을 하다 박씨를 숨지게 한 뒤 욕실로 시신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증거를 토대로 다음 주 중 백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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