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용병에 울고 웃고

중앙일보

입력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프로농구에서 `용병'들이 구단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초반 탐색전을 끝내고 본격적인 순위경쟁에 돌입하는 각 구단들은 용병들의 활약여부가 팀성적은 물론 전체 분위기까지 좌우한다고 보고 용병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시즌 용병농사를 잘못 지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팀은 LG 세이커스.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LG는 지난 시즌 게임당 29.93득점을 터뜨렸던 득점왕 버나드 블런트가 갑자기 잠적해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는데도 대체할 선수가 없어 초상집 분위기다.부상에서 회복한 양희승마저 초반 반짝하다 주춤해 팀성적이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시즌 3연패를 노리는 현대 역시 믿었던 조니 맥도웰의 부진으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게임당 평균 25점(득점 4위)을 터뜨리던 맥도웰은 개막 이후 4경기에서 20.4점(18위)으로 득점력이 뚝 떨어졌으며 18일 삼보 엑서스와의 경기에서는 9점만 올리고 5반칙으로 물러났다.

맥도웰은 14일 동양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서 로프튼의 그림자 수비에 가로막혀 탱크처럼 골밑을 파고드는 돌파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골밑 몸싸움에서도 번번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맥도웰은 로프튼 말고도 삼보의 콥과 기아의 와센버그 등 `견제용병'이 많아 올시즌 고전이 예상된다.

이와 달리 삼보의 레지 타운젠드와 골드뱅크의 이버츠 등은 요즘 한국의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SK에서 재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삼보유니폼을 입게된 타운젠드는 허재, 신기성 등과 호흡을 맞춰 연일 승전고를 올리고 있으며 개막후 5게임동안 평균 26점을 터뜨리면서 랭킹 10걸안에 진입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실력과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감독은 물론 동료선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팀을 상징하는 `엑스 맨'으로 불릴 정도.

`돌아온 백인용병' 에릭 이버츠(골드뱅크)는 게임당 30점대에 육박하는 높은 득점력으로 골드뱅크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렸으며 국내 여성팬들로부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농구 관계자는 "용병기량이 보통 팀전력의 60%를 좌우한다"고 전제한 뒤 "용병들은 팀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아 장기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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