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새 천년 인사'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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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새 천년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코오롱이 대폭 승진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현대그룹도 이르면 이번주내 연말인사를 앞당겨 단행할 예정이다.

LG.SK.효성.한솔 등도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검토하고 있어 올 재계인사 폭이 커질 전망이다.

이는 ▶올해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돼 이를 보상하고▶새 밀레니엄을 맞아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부분 기업들이 지난 2년간 승진인사를 거의 동결해왔던데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사업구조가 크게 바뀌어 인사 수요 자체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대우.동아그룹과 탈세혐의로 총수가 구속된 한진 등은 인사가 늦어질 전망이다.

◇ 예고되는 발탁인사〓LG구조조정본부 강유식(姜庾植)사장은 최근 "획기적인 보상체제를 구축하겠다" 고 말했다. 경영성과를 따져 과감한 발탁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매년 20명 가량의 임원을 발탁인사에 포함시켰으나 올해는 경영실적이 좋은 만큼 대폭 늘릴 예정" 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인사를 해 온 SK그룹도 21세기를 대비해 '젊고 유능한 인재' 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인사를 추진 중이다.

회사내 회사' 격인 30개의 PU를 두고 있는 ㈜효성은 조석래(趙錫來)회장의 지시에 따라 연말인사에서 '넥스트(차기)PU사장' 을 선발할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는 "업적이 탁월한 젊은 인재들을 중점 선발한다는 방침"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승진인사를 동결했던 한솔도 다음달초 발탁승진자가 다수 포함된 사장단.임원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화는 지난달 11일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65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코오롱도 21일 대폭인사를 실시했다.

◇ 신 주력에 집중배치〓기업들은 21세기 주력사업에 핵심인력을 집중배치한다는 방침. 현대는 내년초 자동차부문의 그룹 분리를 앞두고 인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 관계자는 "올 연말이면 계열사수가 79개에서 26개사로 줄게돼 사장단 전면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면서 "LG반도체 인수로 반도체사업이 커진 만큼 이쪽에 상당수 임원들이 배치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다을달 중순 이후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다는 목표로 대규모 이익을 남긴 전자.금융을 중심으로한 승진인사와 새 천년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인터넷분야의 육성을 검토 중이다.

SK는 생명.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핵심사업으로 육성키로 한 인터넷비즈니스, 중국사업 등에 임원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금호 박정구(朴定求)회장은 최근 ▶연공서열식 인사는 가급적 배제하되▶벤처정신이 투철하고▶실천력이 강한 임원들을 중심으로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승진파티' 는 구조조정 뒤로〓화려한 '새 천년 인사' 를 앞두고 있는 대부분의 그룹과는 달리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그룹도 많다. 화의나 법정관리.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대우.동아.한라.고합 등은 비슷한 분위기다.

진로 관계자는 "부동산.계열사 매각과 외자유치가 더 급한 일" 이라면서 "불가피한 이동과 승진인사만 내년 초에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한진 관계자도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그룹 재정비와 새출발을 위한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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