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장들 “구조조정 미흡하다”..IMF2년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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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산업연구원(KIET) 원장.부원장들은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여전히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적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잘못된 관행의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역대 정권들과는 달리 현 정부는 재벌개혁 분야에서는 적지 않은 성공을거뒀다고 평가했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선제적 물가안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경태 KIEP 원장, 이선 KIET 원장, 유정호 KDI 부원장 등은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정확히 2년이 되는 21일 `외환위기 극복 평가 및 과제'에 대해 이같이 피력했다.

KIEP의 이 원장은 "금융.기업의 확실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대우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경영개선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조정 등 보다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의 부진 원인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게 시급한 과제"라면서 "아울러 경기회복과 함께 대외개방에 대한 피해의식이되살아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또 "내년도 하반기에는 물가불안이 염려되는 만큼 적절한 통화.재정정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재벌개혁은 투명한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그 이후는 재벌들이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IET의 이 원장 역시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원칙에 입각해 더욱 철저히 진행돼야한다고 강조한 뒤 "역대정권들이 집권 초기에 재벌개혁을 외쳤다가 슬그머니 꼬리를내렸던데 비해 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올해 성장률은 97년 대비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다 실업률도 아직 높은 만큼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는 과잉반응"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금리인상 등 선제적 물가안정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앞으로 정부는 지속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식기반 산업육성에 더욱 노력해야 하고 중소벤처, 문화서비스, 인터넷 산업 등 신산업도 일으켜야 한다"면서 "원칙과 방향의 설정에 머물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실천이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KDI의 유 부원장은 "기업.금융의 부실부분을 조속히 털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도개혁의 경우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없다"고 강조했다.

KDI의 김준일 연구위원은 보충설명을 통해 "기업.금융 부실에 대한 청산작업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면서 "게다가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는 각종잘못된 관행이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합 금융감독원이 출범했으나 인력은 이전 그대로인데다 감독기능의 선진화노력도 부족하다"고 언급한 뒤 "재벌개혁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재벌들의 경영관행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딜의 경우 과잉투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닌데다 독점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그나마 빅딜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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