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빼먹었다 … 처음부터 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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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후계자 김정은(27)의 찬양가요를 빼먹는 바람에 기사를 재전송하는 소동을 벌였다. 중앙통신은 10일 0시28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셋째 아들 김정은이 경호실 격인 호위사령부(북한군 963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오전 6시 뉴스에서 같은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찬양 합창곡인 ‘발걸음’이 연주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중앙통신은 오전 8시45분 공연 관람 기사를 다시 전송했다. 여기에는 발걸음 공연 사실이 추가됐다. 국내 언론사에 중앙통신을 전달하는 연합뉴스는 “중앙방송 보도가 중앙통신 기사에 좀 더 살을 붙여 경어체로 전했지만 공연 목록에서만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앙통신의 이례적인 기사 재전송은 발걸음 공연 사실을 추가로 내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행진곡풍의 합창곡 발걸음은 김정은을 ‘김 대장’으로 찬양하며 ‘척 척 척 발걸음을 맞추자’ 등의 후계자 찬양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기 이전부터 주민들에게 보급돼 후계 구축을 비공개리에 준비하는 징후로 간주됐다. 2009년 10월 김정일 위원장이 황북 사리원에서 이 노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북한TV로 확인됐으나 아직 관영매체를 통해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은 찬양가요의 존재 자체를 제목으로나마 부각시키고 나온 점이 눈에 띈다”며 “오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69회 생일을 계기로 나타날 수 있는 후계체제 관련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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