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황 분석] 외국인의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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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 21조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2000시대를 이끈 외국인이 작심한 듯 변심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1조97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 사상 셋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1%(37.08포인트) 하락한 2008.5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이탈이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올해 누적 기준 1조2000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은 이후 ‘팔자’ 흐름을 보이면서 이달 9일 마침내 3508억원의 누적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이탈은 차익실현 성격이 짙다. 그간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팔자’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중국의 긴축 움직임 ▶이집트 사태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원화 강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움직임 등도 외국인의 순매도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의 이탈 조짐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에서 전반적으로 감지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9일 현재 인도에서 14억1200만 달러, 태국에서 10억5300만 달러, 인도네시아에서 2억9000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12월까지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7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한 신흥국 증시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선진국의 94% 수준에 육박해 저평가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자금 유입이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펀드런’으로 기관의 자금형편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받쳐줄 국내 세력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도 힘에 부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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