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전수석 '최고 지도층 역량취약, 경제개혁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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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말기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18일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최고 지도층의 역량취약이 경제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원장은 이날 연세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의 경제개혁 사례연구 연중토론회' 제1차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 이같이 말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다자간 시장개방'을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에서 김원장은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개혁과정의 걸림돌은 이해집단의 행태와 갈등을 조정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국가 경영능력, 정치력의 결여에 있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당시 정부의 실무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정부의 대응자세를 언급하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씨 등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했으며 정부와 국회내 인식이 낮았다고`회고했다.

그는 시장개방을 통한 경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의 성과는 오랜 시간을 갖고 서서히 나타나는 만큼 개혁의 가시적 결과에 대해 조급해하면 개혁은 실패의 길을 걷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자협상으로 시장을 개방할 때 우리가 개방해야 하는 시장의 규모보다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장은 외환위기와 관련한 검찰 진술에서도 김영삼 전대통령의 경제지식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 우리 정부내 조정기능이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때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이 위원장이 되는 뉴라운드대책위원회는 과거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UR실무대책위원회에 비해 재원이 부족하고 관련부처의 저항을 받을 가능성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또 `실패한 협상'인 UR 협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와 이해집단간 이해를 조정할 부서에 권한과 재원을 부여해야 하며 경직된 협상목표를 설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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