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그늘 … 유아복 ‘베비라’ 32년 만에 파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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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수석부장 지대운)는 유아복 상표인 ‘베비라’ 제품을 생산하는 ㈜올아이원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는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2008년 당시 대표이사의 차입 경영으로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며 “현재 지급 불능 상태에 있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1979년 베비라를 출시한 진흥섬유는 83년 (주)베비라로 회사 이름을 바꾼 뒤 ‘꼼바이꼼’등 4개 유아복 브랜드로 90년대 9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내수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98년 6월 부도를 냈다. 이후 회사 운영자가 수차례 바뀐 뒤 2008년부터 올아이원이 베비라 브랜드를 넘겨받게 됐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극복하지 못했고, 당시 대표이사 이모씨의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인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씨는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다. 2009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에서 본사를 서울 용두동에서 역삼동으로 무리하게 이전한 점도 경영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총 자산 224억여원을 보유한 이 회사의 총 부채는 약 311억원. 자산보다 빚이 87억원가량 더 많은 재무 구조였다.

 파산관재인인 김관기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아기 옷 시장이 축소된 게 회사 회생을 가로막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저가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고소득층 부모는 수입 옷을 선호하는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중저가 제품 구입에도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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