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현 헌법 소임 다해” … 이정현 “침묵도 정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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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특위 구성 등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홍준표서병수 최고위원(오른쪽부터)의 표정과 자세가 다양하다. [뉴시스]<사진크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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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의 운명이 걸린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8일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기한 이래 1년5개월 가까이 이어온 개헌 논의가 분수령을 맞이한 셈이다. 의총은 외형적으론 성공이었다. 당 소속 의원 171명 중 130명이 참석해 ‘흥행’에 성공하는 듯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오지 않았지만, 개헌에 부정적인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30명 이상 나왔다. 그러나 친박계는 의총에서 철저히 침묵했다. 한나라당 내 개헌 논의의 현주소를 확인해준 대목이다. 발언을 한 22명의 대부분도 친이계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9일 개헌 논의를 마무리 하겠다”고 알렸다. 당초 사흘로 예정했던 의총을 하루 줄인 것이다.

의총에선 안상수 대표가 먼저 “1987년 헌법은 민주화와 국민 기본권 정착이란 시대적 소임을 완료했다”면서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개헌 ▶권력구조뿐만이 아니라 기본권과 인권 등을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개헌 ▶대한민국의 갈등과 분열 요인이 되지 않는 개헌 등 ‘3대 논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를 상기시키며 개헌 논의를 유도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2007년 4월 13일 의총에서 ‘18대 국회에서 4년 중임제를 포함한 모든 개헌 논의를 한다’는 원칙을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했다”며 “오늘 의총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비공개 토론에서 친이계는 “현행 헌법은 낡고 헌 법률이 됐고, 썩은 물은 바꿔야 한다”(박준선 의원), “구제역 때문에 개헌을 못한다면 우리 나라에 소가 살아 있는 한 개헌을 못할 것”(고승덕 의원) 등 다양한 개헌론을 이어갔다. 친이계 가운데 소장파인 차명진·김성태 의원은 개헌론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참석자들은 “전체적으로는 ‘친이계의 개헌 찬성 의총’이었다”고 전했다. 개헌 논의를 사실상 주도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이 장관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친박계는 의총 내내 이런 친이계를 냉담하게 지켜봤다고 한다. 서병수 최고위원 등 친박계 중진들은 의총장에 입장하면서부터 “발언할 생각 없다” 고 선을 그었다. ‘개헌은 이미 한나라당 당론’이란 김 원내대표의 지적에 의총장 내 친박계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의총장을 나서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기자들이 의총장 분위기를 묻자 “자다 일어나서 모르겠다”거나 “1분 만에 나와서 모르겠다”고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친박계는 개헌이 박 전 대표가 앞서가고 있는 차기 대선구도를 흔들기 위한 것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침묵도 정치다. 박 전 대표를 건드리는 얘기를 하면 발언하겠지만 아니라면 듣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최고위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소극적이었다.

 친박계가 의도적인 ‘무시전략’에 나섬에 따라 첫날 개헌 의총은 ‘탐색전’ 정도에 그친 양상이다.

남궁욱·백일현 기자

[바로잡습니다]

◆중앙일보 2월 9일자 4면 ‘안상수, 현 헌법 소임 다해…이정현, 침묵도 정치다’ 기사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한나라당 개헌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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