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선장 맞은 4발 중 1발 해군 총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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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만 살랄라 병원에서 한국 의료진이 2차 수술을 하며 석해균 선장의 몸속에서 꺼낸 총알. 이 총알이 한국 해군이 쏜 오발탄인지 유탄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2일. 흰색 고속보트 1척을 실은 50t급 어선이 소말리아 카라카드항을 출항했다. 이 어선에는 일주일 전에 결성된 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 지역 출신 해적단 13명이 탔다. 해적 모선이다. 24일간 2000여㎞를 항해하던 해적 모선은 지난달 15일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 입구 공해상에서 항해 중인 삼호주얼리호를 발견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가 7일 밝힌 삼호주얼리호 납치 과정이다. 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해적사건 수사결과를 이날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본부는 해적들에게 시가 500억원짜리 삼호주얼리호와 공업용 메탄올 등 70억원어치 화물, 선원들의 금품 2750만원어치 등 570여억원을 빼앗고 선원 21명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해상강도 살인 미수 등)를 적용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세계 각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독일제 MP5 기관단총(위). MP5 기관단총에 사용하는 직경 9㎜ 총탄. [연합뉴스]

 ◆선장 몸에서 나온 총탄은=수사본부는 석 선장의 몸에서 나온 탄환 4발 중 3발(1발은 의료진이 분실)을 인수했다. 이 가운데 1발은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권총탄이나 MP5 9㎜ 기관단총탄 또는 MP5 소음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1발은 해적들이 사용하는 AK소총탄이다. 나머지 1발은 총알을 맞고 떨어진 선박 부품이 석 선장의 몸에 박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사팀의 육안 감식 결과다. 정확한 내용은 다음 주에 나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에서 판명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석 선장이 맞은 해군의 탄환이 “유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참은 입장 자료를 통해 “지난달 21일 새벽 청해부대 UDT 작전팀이 삼호주얼리호 선교로 진입할 당시 석 선장은 이미 해적이 쏜 총에 의해 총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며 “해적들을 사살할 때도 근거리 조준 사격을 했기 때문에 석 선장 쪽으로 튄 탄환은 오발탄이 아닌 선체를 맞고 석 선장 몸에 박힌 유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후세력 규명이 과제=김충규 수사본부장은 “해적들은 소말리아 카라카드항을 출항한 뒤 24일 만에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표적 납치라면 굳이 오랫동안 항해할 필요가 없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표적납치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표적납치라면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짧은 시간에 납치를 성사시켰을 것이라는 게 수사팀의 분석이다. 삼호주얼리호 납치 직후 해적 두목은 위성 전화로 ‘세임, 세임(same, same)’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연히 같은 회사 배를 납치했다는 정황으로 이해된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수사본부는 해적들을 상대로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금미 305호 등 이전 우리 선박 피랍사건들과 이번에 생포한 해적과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구출작전 때 사살된 해적 두목 어브디 리스크샤크(29)는 일곱 차례나 선박 납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김상진·황선윤 기자

삼호주얼리호 납치·수사 과정

남해해경 수사결과 발표

▶ 2010년 12월 중순=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에서 해적단 결성(13명)

▶ 12월 22일=50t급 해적 모선으로 소말리아 카라카드항 출항

▶ 2011년 1월 15일=인도양 북부 공해상 삼호주얼리호 납치

▶ 1월 18일=해군 1차 구출작전 실패(해군 3명 부상)

▶ 1월 21일=해군 2차 구출작전(아덴만 여명)으로 해적 5명 생포, 8명 사살, 석해균 선장 피격

▶ 1월 30일=해적 부산 압송·수사

▶ 2월 7일=수사 결과 발표, 해상강도 살인미수, 선박 납치 등 혐의

▶ 2월 8일=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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