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후계 위해 당원 대숙청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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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동당원에 대한 대대적 숙청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7일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과 3대 권력세습’이란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 주제발표에서 “과거 당규약은 당 세포의 출당 결정 이전까지는 당증을 회수하지 못하게 했으나 새 규약에서는 이 대목을 삭제해 당원 교체를 손쉽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은 1953년 당증 교환으로 75%의 당원을 물갈이했다”며 “3대 세습과 화폐개혁 실패 등 체제불만을 진정시키려 당증 교환사업을 실시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학술회의에서는 지난해 9월 북한이 30년 만에 개정한 새 노동당 규약(10장 60조) 전문(全文)이 처음 공개됐다. 고려대 임재천(북한학) 교수는 “80년 당 규약에서는 ‘김일성’ 이름이 서문에만 4회 등장하지만 2010년 규약은 서문에 10회, 본문에 9회 나오고 김정일도 서문 4회, 본문에 1회 올랐다”며 “김일성 일가의 사당화(私黨化)가 더욱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은 과거 후계자 시절 세습을 떳떳지 못한 행위로 인식해 합리화에 주력했다”며 “그러나 아들 김정은의 후계구축에서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은 김일성의 아바타라는 이미지 외에 내놓을 업적이 없다”며 “당 규약 개정으로 세습기반을 갖춘다 해도 인민들이 반길 정책성과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다 96년 망명한 현 연구위원은 당규약이 노동당원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당 규약이 노동당 총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게 한 대목을 놓고 행사 참석자들은 김정일이 상당 기간 아들 김정은에게 자신의 지위를 넘겨주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사위 부위원장인 김정은에게 위원장 자리를 넘겨주면 총비서까지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이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내년 4·15를 김정은 후계 완성 시점으로 잡을 것”이라며 “다만 김정일도 레임덕을 걱정할 것이기 때문에 권력을 다 넘겨주기보다는 김씨 일가 왕조 완성이란 이벤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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