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 ‘스마트’는 가라 … ‘이지 스마트’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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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국HP e-프린트 복합기


워킹 맘 김혜원(29)씨. 출장이 잦은 남편으로부터 얼마 전 프린터 한 대를 선물받았다. 처음엔 ‘남편 자신도 쓸 거면서 이런 걸 선물이라고 내미나’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출장 간 남편이 찍어 보낸 사진이 프린터에서 수시로 출력됐다. 김씨 자신이 e-메일로 사진을 받은 뒤 인쇄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는 그 자리에서 인쇄를 시킨 것이다. 별로 복잡한 일도 아니라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프린터에 e-메일만 보내면 끝이란다. 프린터 스스로가 e-메일 주소를 갖고 있어 이렇게 간단한 ‘모바일 프린팅’이 가능했다. 김씨는 “출장 간 남편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가 ‘이지(easy) 스마트’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똑똑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쓰기에 더 쉽고 편한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김혜원씨가 이용하는 HP의 e-프린트 솔루션이 그런 사례다. 전에는 사진을 찍어서는 프린터에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나 다른 스마트폰에 보낸 뒤 인쇄를 해야 했다. 그러던 것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촬영에서 인쇄 명령까지 원-스톱 처리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1 파인 드라이브 몬스터2 2 지멘스 에스프레소 머신 3 삼성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내비게이션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각종 정보 업데이트 방식이 쉬워진 내비게이션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정보를 업데이트하려면 내비게이터의 메모리 카드를 꺼내 PC에 연결하거나 주유소를 찾아가야 했다. 이에 비해 파인디지털에서 선보인 ‘파인 드라이브 몬스터2’는 최신 정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용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도 내놨다. 기존의 내비게이션 앱을 업그레이드해 음성인식 기능까지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이지 스마트는 정보기술(IT) 기기뿐 아니라 가전기기에까지 퍼지고 있다. 삼성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밖에서도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하우젠 서버’에 ‘꺼’ 또는 ‘켜’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보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인식해 집의 에어컨을 원격조종으로 가동 또는 중단시킨다.

 이지 스마트 물결에서는 커피 메이커도 예외가 아니다. 지멘스의 에스프레소 머신(모델명 TK76209RW)은 ‘마이 커피 프로그램’이란 기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커피 종류와 좋아하는 원두, 우유량 등을 한 번 입력하면 다음부터는 버튼 하나만으로 OK다. 커피를 뽑고 난 뒤 물 때와 커피 찌꺼기가 끼기 쉬운 부분을 자동 세척하도록 해 수시로 이곳저곳을 씻어야 하는 불편함까지 없앴다.

 신개념 ‘의류 종합 관리기기’라고나 할까. LG전자가 출시한 트롬 스타일러는 다림질의 피곤함을 덜어줬다. 구김을 펴는 것은 물론이고 냄새와 먼지, 심지어 세균까지 없애준다. 소비자는 그저 옷을 벗은 뒤 옷장에 걸어 놓듯 ‘걸어만 놓으라’다. 살균이나 의류의 수축 걱정을 덜어주는 ‘고급 건조’ 기능 등이 버튼 하나로 죄다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HP이미징프린팅 그룹을 총괄하는 임진환 부사장은 “스마트라는 단어는 이제 모든 제품의 기본적 특성이 돼 차별성이 사라졌다”며 “메이커들이 ‘어떻게 스마트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제공할까’하고 고민한 결과가 ‘이지 스마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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