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문제 많은 고졸 스카우트

중앙일보

입력

어지간한 야구팬이라면 경남고의 투수 강민영을 알 것이다. 그는 비록 한화 이글스에 1차 지명된 천안북일고의 조규수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졌으나 성적이나 투구내용으로 봐서는 그렇게 뒤지지 않은 초 고교급 투수임이 분명하다.

이런 투수에게 프로구단과 각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학년부터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중앙대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스카우트 대결에서 강민영이 프로행을 선언하여 결국 자이언츠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런데 이 스카우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 시켰다. 경남고 측은 관례(?)대로 강민영을 실력이 떨어지는 몇 선수를 묶어 중앙대로 보내려고 하였는데 이것을 강민영이 거부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강민영은 학교는 물론 동료들에게서 의리없는 자로 낙인이 찍힌 것은 물론이고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다 못해 지난 여름부터 학교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조만간 경남고는 강민영을 퇴학 시킨다고 한다.

현재 강민영은 자이언츠와 계약에 합의하여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그리하여 자이언츠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고 있다. 그런데 몇 가지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인지 아니면 악의에 찬 루머인지는 몰라도 자이언츠가 당초 강민영에게 실 지급되는 계약금이 약속했던 금액보다 적다는 것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힘없는 강민영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강민영 뿐 만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이재섭(마산고-자이언츠), 손지환(휘문고-트윈스) 등 몇 몇 선수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프로와 아마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 돈 몇 푼 더 챙기려는 선수와 학부모도 문제지만 대학에 가서도 조만간 퇴출 될 선수를 우수 선수와 한 묶음으로 진학시키려는 고등학교와 이를 제의하거나 받아들이는 대학교 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학생들의 진학률을 높이려는 심정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 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또한 당연히 여기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구단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의리 없는 자로 낙인이 찍히고 또한 변변치 않은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하여 상처 받은 어린 학생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당초 약속을 한 데로 계약금이나 다른 조건들을 충족시켜줘야 하며 무엇보다 학생은 학생으로 봐야 한다.

프로구단에서 말하는 것 처럼 인생은 혼자 개척하는 것이지만 아직 그들은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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