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65년 만에 정기대회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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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국기(國技)’ 스모(일본 씨름)가 선수들 간의 조직적인 승부조작 비리로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스모협회는 6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리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3월 중순 오사카에서 열릴 예정이던 봄 대회를 중지하기로 했다. 정기대회가 중지된 것은 국기관(도쿄의 스모경기장) 보수공사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1946년 이래 65년 만에 처음이다.

 스모협회의 특별조사위원회는 스모 선수와 지도자·관계자 등 스모협회원 전원을 대상으로 서면 조사를 벌였다. 이 중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현역 스모선수 지요하쿠호(千代白鵬) 등 12명과 지도자 2명, 총 14명에 대한 집중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혐의를 인정한 선수는 지요하쿠호와 에나쓰카사(恵那司) 등 3명. 이들은 “고의로 져주고 수십만 엔(수백만원)씩의 사례금을 주고받았다”고 실토했다. 이들은 경기 당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경기 시나리오를 주고받았다. 관중들이 고의로 져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치열한 몸싸움을 연출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중에는 “경기시작은 세게 부딪쳐 주세요” “그럼 초반엔 버티다가 (지겠습니다)”거나 “(계획대로) 잘 안 되면 20만(20만 엔으로 추정)은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내용 등 다양하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대회당 15게임을 8승7패 또는 7승8패로 맞춰 비슷한 승률을 유지했다.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주료(十両) 등급의 선수들이다. 주료는 프로선수에 해당하는 세키토리(関取)의 최하위급이다. 주료가 되면 비로소 처음으로 월급(103만6000엔·약 14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주료가 되기까지는 월급 한 푼 없이 자기 훈련과 함께 다른 세키토리들의 식사준비와 빨래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 스모계의 신분격차가 승부조작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 국기가 존망의 위기에 빠졌다”며 스모계의 잇따른 스캔들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모협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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