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파경 … 예단비 8억 돌려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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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결혼 5개월 만에 파경에 이르렀다면 예단비를 상대방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단 이혼에 책임이 없는 쪽만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9년 9월 신랑 A씨(31)와 신부 B씨(30)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결혼했다. 양가 모두 상당한 재력가였다. B씨의 부모는 예단비로 10억원을 보냈다. A씨의 부모도 예단비 명목으로 2억원을 신부집에 전달했다.

신혼집은 A씨가 자신과 어머니의 공동 명의로 마련했다. B씨는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4000만원을 부담했다. B씨는 시어머니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직후부터 두 사람 사이는 삐걱거렸다. 가족들에게 선물을 어느 정도 액수로 할 것인지를 놓고도 크게 싸웠다. 양가가 기독교와 불교로 나뉘어 종교 문제를 두고도 부닥쳤다.

사사건건 다투다가 결혼 5개월 만에 A씨가 먼저 이혼을 선언한 뒤 집을 나가버렸다. B씨 측은 “예단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각기 이혼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정승원)는 “파경에 책임이 있는 A는 B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주고 이혼하고, B에게 옷감과 화장품 등을 사라며 준 봉채비(封寀費) 2억원을 뺀 예단비 8억원과 B가 신혼집 인테리어에 쓴 4000만원 등 8억4000만원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예물이나 예단은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당사자나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며 “결혼하지 않거나 단기간 내 파탄된 경우엔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끼리 주고받은 경우라도 결혼 당사자에게 반환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단 결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는 청구 권한이 없다”며 “B는 A에게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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