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물경제 꾸준히 회복해도 글로벌 증시는 편치 않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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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호 24면

올해를 전망하기에 앞서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세계 증권시장은 ‘더블딥(이중침체)’ 걱정과 함께 2010년을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황이 좋은 아시아 지역조차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긍정적인 성장 전망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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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자들이 옳았다. 그들의 전망대로 세계 경제는 빠르게 회복해 성장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4.5% 정도 성장했다. 장기 평균치인 3.5%보다 높은 기록이다. 올해 예상치는 3.7%다. 장기 평균치를 살짝 넘어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 힘입어 빠르게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2011년에 이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의 재정 정책은 긴축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기업들의 재고 쌓기도 어느 정도 끝났다. 이에 따른 판매 부진은 이미 한국과 대만·독일 등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세계 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올 한 해 투자자들이 여섯 가지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소비(내수)가 다시 중요해질 전망이다. 경제 성장, 특히 미국의 성장은 소비에 달려 있다. 미국인 대부분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상황은 대체로 괜찮다. 소득은 늘고 있고 일자리도 튼실한 편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빚 갚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늘어난 소득 가운데 일부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할 것이다. 신흥시장에서도 내수가 역시 중요하다. 수출은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할 듯하다. 2011년에는 내수를 주목해야 한다.

2. 유로화 위기가 가시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유럽의 국가 부채 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지를 보여 주는 징후를 주시해야 한다. 유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유로존의 국가 채무 사태를 해결하는 길은 회원국들의 재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이 걸릴 전망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다. 세계 증시는 포르투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스페인·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불투명하다.

유럽 재정위기는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안심리가 거세지면 아시아로 자금이 덜 흘러들 수 있다. 자금 유입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국가 부채 위기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로 확산된다면 무역금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3. OECD 국가들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 한다. 올해 OECD 회원국들의 인플레이션 위협은 크지 않을 듯하다. 인플레의 가장 큰 원인인 인건비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실업률이 높다. 일자리 사정이 빠르게 좋아지지는 않을 듯하다. 임금 상승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올해 OECD 국가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지면 양적 완화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 덕분에 내년 상반기까진 유동성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4.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진다. 이머징 국가의 노동시장은 대부분 잉여 노동력이 적다. 임금이 떨어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신흥국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원유가 상승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5. 자본 통제가 증가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재발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본 통제도 세계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국 통화를 달러화나 유로화에 묶어 두고 있는 나라(페그제 채택국)들은 올 한 해 자본이 드나드는 일을 제어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들 나라 입장에서 보면 통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그들에게 자본 통제는 최선이 아닐지라도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다. OECD 국가들도 공동의 이익보다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것이다.

6. 정치적 리스크의 부활이 예상된다. 자본 통제, 보호무역주의, 금융규제, 재정 정책 이슈, 지정학적 긴장 등 정치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주요 어젠다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아마도 정치적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위험요인일 듯하다. 경제 흐름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으나 정치적 요소는 예측이 어렵다. 정치적인 변화는 경제적인 성과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자본 통제나 금융시장 규제는 투자환경을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증시가 정치인들보다 영향력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가끔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형 사고나 정책적 실수가 없는 한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물론 세계 경제가 2008~2009년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반면 정치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변동성 부담을 키울 듯하다. 이런 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른 시장들과 견줘 순탄하지는 못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겐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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