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동자의 태권보이 브루노

중앙일보

입력

푸른 눈동자에 금발머리를 휘날리면서 유창하게 한국말을 쓰던 브루노와 술 먹는 거 좋아하고 약간은 어설픈 한국말로 정겨움을 주었던 보쳉의 한국대장정. 이들의 여행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곤 했다.

대장정 이후 학교로 돌아간 보쳉의 몫까지 합쳐 태권도 격파라는 제2의 도전을 하고 있는 브루노. 이제 구수한 된장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은 그를 만나보았다.

★ 한국에 온 지 벌써 3년째

97년 10월에 한국에 왔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연세어학당에서 한국말을 공부했는데 한국말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반말은 뭐고 존대말은 또 뭐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3개월정도 공부하고 '금남의 집'이라고 하는 이화여대로 옮겨 전공인 경제학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이화어학당에서 계속 한국말도 배워가면서. 사람들이 여대에 다닌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국제교육학부는 남자가 많은 편이여서 큰 문제는 없다.

★ 왜 한국이었을까?

독일에서 살 때 주변에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에 관한 얘기도 많이 들은 편이었던 브루노. 96년 배낭여행을 왔었는데 그때 주목적은 태권도를 배우는 거였다.

독일에 있을 때 한국 친구들 덕분에 태권도를 배웠던 브루노는 한국에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겸사겸사 배낭여행을 왔었고, 그 이후에 공부까지 연결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 한국대장정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

브루노와 보쳉의 한국대장정은 인터넷에서 KBS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팀이 한국을 여행할 외국인을 찾는다는 내용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다가 한국도 바로 알고 여행도 하고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그 코너에 뽑혔다. 보쳉도 거기서 처음 만났다.

한국대장정을 하면서 젤 기억에 남는 일은 전라도에서 있었던 '성판별 사건'. 보쳉이 브루노를 자기의 여자친구라고 소개 하는 바람에 거기 계신 할머니들께서 다들 브루노를 여자라고 생각한 것.

여자가 아니라는 강력한 주장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계속 브루노를 쫓아다니시던 할머니들. 아마도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리고 하나 더 들자면, 이름이 브루노라고 했더니 어떤 아주머니가 "뭐 포르노?"라고 했던 일이 미소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났던 많은 농부 아저씨들이랑 맛있는 음식들은 정말 잊지 못할 거라고. 해물을 좋아하는 브루노는 특히 오징어 잡기 하면서 먹었던 오징어랑 꽃게찌개가 최고였다고...

대장정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물론 처음엔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 윗사람들에게 예의 없이 군다는 느낌, 낯선 사람에 대한 지나친 스킨십 (아주머니들이 특히 손, 발, 머리 만지는 거, 길을 가다가 부딪쳤는데 사과 안하는 거) 등등 말도 안 통하고 이해도 안 되면서 참 많이 답답했는데 이제 한국 문화가 조금씩 와닿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독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재밌고 행복하다.

★ 새로운 도전, 태권도 격파

브루노는 4개월간의 한국대장정을 마치고 요즘 새로운 코너에 나오고 있다. 태권도 격파에 도전하는 것.

지금 공인 1단으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운 브루노이지만 손발이 얼얼하고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은 항상 새로운 힘을 준다며 힘차게 화이팅을 외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