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월 0.1원에 아파트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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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한 아파트 관리 전문회사는 최근까지 관리를 맡았던 서울 강북구의 A아파트를 경쟁사에 넘겨야 했다. 관리업체 선정 입찰에서 경쟁사가 1㎡당 월 0.1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재수주에 실패한 이 회사는 경기도의 B아파트 입찰에서 1074가구 총 관리 수수료로 월 0.1원을 써냈지만 또 탈락했다. 

B아파트를 관리해오던 업체가 위탁수수료 총액으로 1년간 1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 월 0.0000007원에 낙찰 받은 셈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경쟁 입찰로 선정된 아파트 관리업체의 30%가 위탁수수료로 ㎡당 1원 이하의 수수료를 써냈다. 관리 면적이 넓을수록 저가 낙찰이 심해 10만㎡ 이상으로 넓을 경우 1원 이하에 낙찰되는 비중이 높았다.

도대체 위탁수수료가 뭐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낙찰 받는 걸까. 위탁수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트 관리방식을 알아야 한다.

관리방식이란 주택법에 규정된 용어로 입주자들 중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자치관리’와 ‘위탁관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비리 온상 우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대 4, 수도권은 7대 3 정도의 비율로 위탁관리가 많은 편이다. 주민들이 위탁관리를 선택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 면허를 가진 업자(회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맺고 관리를 맡기게 된다.

위탁관리 수수료는 바로 이 전문 관리회사에 위탁관리를 맡길 때 지급하는 수수료다. 그런데 이 수수료에는 관리사무소 소장과 직원의 급여는 포함되지 않는다. 소장과 직원 급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수수료는 전문 관리회사 본사의 운영비와 이익금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탁관리수수료로 3년간 ㎡당 1원만 받겠다는 것은 전문 관리회사의 수익이 3년간 ㎡당 1원이라는 얘기다.

어떤 회사든 돈을 버는 게 회사의 존재 이유일 텐데, 전문 관리회사들이 이처럼 수익을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정부가 지난해 7월 위탁관리회사를 뽑을 때 무조건 수수료를 가장 싸게 제시하는 이른바 ‘최저가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관리회사는 현재 600개를 넘어 시장이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계속 떨어져 1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마저 시행되자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저가 낙찰로 선정된 관리회사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 업계에서는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경비나 청소업체 등을 선정할 때 뒷돈을 받거나 관리소장 임명 때 리베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파트 유지•보수나 안전관리 같은 기본적인 관리업무마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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