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신년 좌담회] 개헌의지 밝힌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이 왜 필요한지 자세히 말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개헌 논의를 해 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TV로 생중계된 좌담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임기 내 개헌’을 역설한 건 개헌 문제와 관련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겠다는 뜻이라고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해석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어떤 개헌을 원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젠 정치권에선 개헌 공론화 문제로 시끌시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개헌 얘기를 꺼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장관의 개헌론에 대해 그간 일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과장하는 것”이란 식으로 깎아내렸었다.

 ◆85분 중 30여 분 정치 대담=이 대통령은 이날 정치 분야에 대해 얘기하던 중 “우리 사회에 안 변한 곳(분야)이 몇 군데 있지 않나. 그럼에도 나는 (정치를)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뼈 있는 말을 했다. “정치인들 중에 심지어 ‘대통령을 죽이자’는 말도 하더라”고 한 게 한 예다. “그런 말을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며 한 말이었지만 ‘이명박 정권을 죽여 버려야 한다’고 했던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에 대한 앙금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사회에 안 변한 데가 몇 군데 있다고 했는데 (어디냐)’는 질문엔 “나부터”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날 좌담회 85분 중 30여 분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들로 채워졌다. 당초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하려던 것과 차이가 있다. “입맛에 맞는 말만 하려 한다”는 비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좌담회 진행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와 SBS 한수진 앵커가 맡았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