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音의 마술 '카운터 테너' 관심

중앙일보

입력

카운터 테너는 여성(메조 소프라노)영역까지 치고 올라가는 음정 높은 남성 가수를 지칭한다. 전설적인 영국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이 카운터 테너의 전형이다.

에로틱하기 그지없는 그의 목소리는 웬만한 여성도 따라오기 힘든 고음역으로 치솟은 뒤 가늘게 뻗어나가 듣는 이의 귀를 핥는다. 그 마술과도 같은 음색에 여성들은 까무라치고 남성들은 탄식한다.

91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머큐리의 유작들과 퀸의 다른 멤버들의 솔로곡등을 모아 엮은 〈퀸+〉 음반이 나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언더 프레셔' 등 퀸의 후기 히트곡, '프리텐더스' 등 머큐리의 솔로 히트곡, 그리고 머큐리 사후 엘튼 존. 조지 마이클 등이 참여해 부른 리메이크 버전등 17곡이 망라돼 있다.

타이틀곡인 '쇼 머스트 고 온' 은 97년 파리의 한 콘서트에서 엘튼 존이 머큐리를 추모하는 뜻으로 퀸의 세 멤버들과 함께 불렀는데 웅장하며 애수띤 코러스가 압권이다.

음반사(EMI)측은 "이 음반은 81년 나온 히트곡모음집 1편과 91년 히트곡모음집 2편에 이은 3편에 해당하며 이로써 퀸의 모든 음악행보가 총정리됐다"고 자평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머큐리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역시 카운터 테너풍의 '오페라록'으로 인기를 몰고있는 신인밴드가 등장했다.

3인조 플라워는 스무살의 앳띤 외모에 소프라노를 방불케하는 중성적 음성을 가진 보컬 고유진이 그룹의 얼굴이다.

그리스도 신학교에서 클래식 성악을 전공중인 고유진은 거세한 보이소프라노의 슬픈 삶을 그린 영화 '파리넬리'의 주제가 일부를 타이틀곡 '눈물'에서 멋지게 소화해내 큰 인기를 얻고있다.

지난 여름 데뷔음반을 낸 플라워는 다른 가수들의 라이브에 잇달아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기존 록밴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을 인정받았다.

퀸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핀란드 메탈그룹 '나이트 위시'의 '워킹 인 디 에어' 같은 고음역의 노래들을 멋지게 연주해낸 덕분이었다.

리더인 기타리스트 고성진과 베이시스트 김우디(우디 알렌을 좋아해 이런 예명을 지었다 한다)는 80년대말부터 메탈밴드 산실인 서울 파고다극장 주변에서 연주생활을 해오다 빛을 봤다.

가요평론가 송기철씨는 "음반보다는 라이브에서 개성이 드러나는 밴드다. 10년 넘는 경력을 바탕으로 개성적인 연주와 뛰어난 곡 해석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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