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경기회복으로 가전제품 라이프 사이클 짧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라이프 사이클(교체 주기)이 다시 짧아지고 있다. 외환위기로 수입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춤했던 신제품 선호도가 경기회복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이 다기능 제품들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경기회복에다 가전제품의 개념이 단순한 가구에서 개성을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고 시장포화에 한계를 느낀 제조업체들이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짧아지는 라이프 사이클〓삼성.LG.대우.아남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주기가 다시 짧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삼성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TV의 경우 95년께 7년 정도 만에 바꿨으나 97, 98년에는 6년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5년 정도로 더욱 짧아졌다.

냉장고와 세탁기의 교체주기도 95년 각각 10년에서 올해는 7~8년, 8.5년 안팎으로 줄었다. TV는 29인?이상, 냉장고는 5백ℓ 이상, 세탁기는 10㎏ 이상의 대형 제품 소비가 느는 점이 교체주기를 앞당기는 주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TV는 특히 완전평면.프로젝션.디지털TV 등 새로운 유형의 고기능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는 냉동식품 사용이 늘면서 용량이 큰 제품이 많이 팔리고, 양쪽 여닫이 냉장고처럼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나오면서 사이클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에어컨은 창문형 제품 대신 세우는 형태의 패키지형이 일반화되면서 교체주기가 7년에서 5년 가량으로 2년 정도 짧아지고 있다.

라이프 사이클에 거의 변화가 없던 전자레인지도 지난해까지 9.2년 수준에서 올들어 9년으로 약간 줄었다

특히 오디오와 휴대용 카세트.휴대폰의 라이프 사이클은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짧아지고 있다.

카세트는 95년 4~5년에서 올해 2~3년으로, 오디오는 12년에서 7~8년으로 대폭 줄고 있다는 게 가전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의 분석이다. 휴대폰은 98년 19.1개월에서 올해는 11.3개월로 8개월 가량 짧아졌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주 수요층이 유행에 민감하고 과시욕구가 강한 신세대라는 점. 메이커들도 이런 성향을 겨냥해 세련된 디자인의 고기능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아남전자 마케팅팀 강호윤 과장은 "오디오는 최근 디지털 제품으로 바뀌고 MP3나 PC와 호환이 가능한 멀티미디어형 제품들이 선보이면서 교체주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고 말했다. 카세트 역시 MP3 플레이어 겸용제품이 등장하는 등 복합화되는 경향이 주기단축을 가속시키고 있다.

◇ 쏟아지는 신제품〓제품 교체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메이커들도 신모델 출시주기를 앞당기고 있다.

대우전자는 91년 8월 임팩트TV를 내놓은 이후 5년간 이 모델의 기본은 유지한 채 2년 주기로 디자인을 바꾸거나 일부 성능을 개선한 변형모델을 출시했으나 95년부터는 1년 주기로 모델을 바꾸다 올 7월부터는 6개월 주기로 모델을 바꾸고 있다.

VCR의 경우 92년부터 2년 주기로 신모델을 내놨으나 지난해부터는 6개월 주기로 앞당겨졌다.

이같은 가전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단축현상은 현재 걸음마 단계인 디지털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 양판점 하이마트의 김유신 과장은 "디지털 제품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정보 가전제품들이 일반화되면 사이클은 더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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