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새천년 승부는 '인터넷 뱅킹'으로

중앙일보

입력

"새 천년 승부는 ''인터넷뱅킹'' 에 달렸다."

밀레니엄을 앞둔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뱅킹이란 세계 어디에서나 PC를 이용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 기존 PC뱅킹이 국내에서만 활용 가능한데 비해 인터넷뱅킹은 인터넷망.근거리 통신망(LAN) 을 통해 국제거래도 가능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고객 입장에선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더는 것은 물론 기존 창구거래나 텔레뱅킹.PC뱅킹을 이용할 때보다 수수료도 훨씬 싸다.

은행 입장에서도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선 5~6년 전부터 인터넷뱅킹이 도입돼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시티코프는 올 하반기부터 은행.증권.보험.전자상거래를 통합하는 인터넷 금융서비스를 시작했다. 체이스맨해튼.웰스 파고.퍼스트 유니언 등 3개 대형 은행들도 지난 6월 선마이크로시스템과 손잡고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지불시스템 합작사업에 나섰다.

또 미국 제2위 인터넷 증권사 E-트레이드는 지난 6월 미국 최대의 무점포 인터넷은행인 텔레뱅크 파이낸셜사를 18억달러에 인수, 기존 은행권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늦긴 했지만 국내 은행들도 이런 움직임에 합류하고 나섰다. 국내은행간의 경쟁은 물론 금융개방이 가속화하는 마당에 자칫하다가는 입지가 크게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 인터넷뱅킹 서비스 어디까지 왔나

올 하반기부터 신한.한미.주택 등 9개 은행이 한국통과 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 인넷뱅킹의 첫발을 내디뎠다. 국민.조흥.한빛은행은 아예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시행하는 중.

한국통신 시스템을 이용 중인 9개 은행들도 저마다 내년 상반기 중엔 ''남의 집 살이'' 를 청산하겠다며 자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아직까지 인터넷뱅킹을 선보이지 못한 하나.서울은행 등도 늦어도 내년초엔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계획. 이를 위해 은행마다 적게는 10억~20억원, 많게는 7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상태.

인터넷뱅킹에서는 예금잔액 및 거래내역 조회, 자행 및 타행 계좌이체, 각종 신용카드 관련 조회, 대출이자 납부 및 원금상환 등이 기본 서비스. 여기다 신한.주택.조흥은행이 인터넷을 통해 대출신청을 하고 가능 여부를 통보받을 수 있게 대출부문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밖에 농협은 실물 통장이 없이 신규 가입때 발급되는 e카드로 각종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e-뱅킹'' 을 선보였고, 한미은행은 PC가 아닌 인터넷 휴대폰을 활용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모빌뱅킹'' 서비스를 내놓는 등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또한 데이콤과 공동으로 전자 쇼핑몰에서 산 물건값을 결재한다거나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 왜 인터넷뱅킹인가

아직까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 숫자는 은행당 평균 7천명선, 전체 고객의 1%에도 못미친다. 구미(歐美) 은행들이 전체 고객의 40% 이상을 인터넷뱅킹으로 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은 "시행초기이기 때문" 이라며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층과 주부들을 공략하면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이라고 장담한다.

일부에선 이들이 은행 수익에 별 도움이 안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은행들은 "장래 중추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층을 선점하는 효과만 해도 만만치 않다" 고 얘기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비용절감에 있다. 단순 입출금을 위해 은행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수익에 보탬이 안되므로 이들을 인터넷뱅킹으로 분산시키기만 해도 인건비 등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 장기적으론 외국은행들처럼 은행 영업점은 현재 은행 수익의 70~80%를 벌게 해주는 10%의 거액 고객을 위해 고급.전문화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 어떻게 이용하나

인터넷뱅킹에 가입하려면 먼저 거래통장과 신분증을 갖고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 ''전자금융 이용신청서'' 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안프로그램 설치
▶인증서 발급
▶이용자ID와 비밀번호 등록절차 등을 거치면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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