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그랜저, 세련된 K7, 안락한 알페온 … 3가지 색깔 준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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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형자동차. 만약 영어로 표현한다면 ‘Sub-full size vehicle’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어는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대형(Full size) 혹은 중형(Mid size)만 있을 뿐 준대형이란 표현이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사는 엄연히 준대형차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관계자는 “준대형차는 협회 분류 기준이나 자동차 관리법상에도 없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용되는 차종의 명칭”이라고 답했다.

  그 때문에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대형차 못지않은 고급 사양을 장착한 중형차’가 준대형차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국내에서 준대형차의 효시로 1995년 출시된 현대 마르샤를 꼽는다. 당시 중형 쏘나타Ⅱ 플랫폼(차체와 동력장치 등 차량의 기본틀)으로 생산한 준대형차다. 당시 ‘겉은 쏘나타인데 속은 그랜저’라는 얘기를 들었다.

차종 구분이 아리송한 준대형차이지만 시장에서 그 경쟁은 무척이나 치열하다. 경쟁에 불이 붙은 건 마르샤의 증손자뻘이라고 할 수 있는 신형 그랜저(HG)가 이달 중순 출시됐기 때문이다. 원래 준대형 시장은 기존 현대 그랜저(TG)와 르노삼성 SM7 간 양강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기아 K7, 지난해 9월 GM 알페온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경쟁자가 늘었다. K7과 알페온은 기아와 GM대우(한국GM으로 변경 예정)가 내놓은 첫 준대형차였다. 기존 차량인 르노삼성 SM7은 명함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래서 올 하반기 르노삼성 SM7의 후속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준대형 시장은 그랜저·K7·알페온 간 3파전으로 흐를 것이란 게 지배적인 평이다.

현대자동차는 국산 준대형차 최초로 신형 그랜저(HG)에 9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운전석에 3개, 조수석에 2개, 뒷좌석에 4개 등 모두 9개를 달았다. 운전자 무릎을 보호하는 에어백도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그랜저는 엔진 성능이 뛰어나다. 2.4L급(2359㏄) 엔진과 3.0L급(2999㏄)엔진은 각각 최고 출력 201마력, 270마력을 낼 수 있다. 동급 최고 수준이다. 공인 연비도 12.8㎞/L와 11.6㎞/L로 중형차 수준이다. 또 하나의 자랑은 바로 에어백 개수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13일 신차 발표회에서 “국산 준대형차 최초로 에어백을 9개 장착하는 등 최고의 사양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운전석에 3개, 조수석에 2개, 뒷좌석에 4개 등 모두 9개를 장착했다. 알페온(8개)보다 하나 더 많다. 기존 그랜저(TG)보다 넓이가 10㎜ 늘어난 1860㎜다. 알페온과 같은 넓이다. 공간이 넉넉한 알페온을 의식한 듯하다.

  그동안 탄탄대로를 달렸던 기아 K7은 그랜저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싸우게 됐다. K7은 그랜저와 쏘나타 플랫폼을 공유한 차량으로 형제간 싸움이라 할 수 있다. K7은 5년간 45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아의 첫 준대형차다. 이름도 유럽풍의 ‘알파벳+숫자’로 처음 지어 ‘명차’ 이미지를 풍기게 했다. 혁신적인 감성 디자인은 K7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키를 들고 다가서면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펴지고, 차에 들어서면 온갖 조명이 켜지는 등 감성적 측면에서 고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수입차가 부분적으로 소개했던 조명·음향 기능을 적절하게 장착한 것이다. 그랜저가 미국 시장을 염두에 뒀다면 K7은 유럽 시장을 목표로 삼은 듯한 느낌이 난다. 대표적인 것은 탄탄한 서스펜션이다. 특히 전자제어서스펜션(ECS)을 ‘스포츠’ 모드로 두면 시속 80㎞ 이상의 속도에서도 서스펜션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독일차와 같은 운전 감각을 즐길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K7이 유럽차를 벤치마킹했다면 GM 알페온은 미국차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알페온은 GM 브랜드에서 캐딜락 다음으로 고급 브랜드인 뷰익의 라크로스를 기본으로 개발한 차량이다. 미국차 특유의 넓은 실내 공간과 인테리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알페온은 여기에 일본차 이미지도 덧씌웠다. 바로 정숙성이다. 알페온은 주행 시 실내 소음이 41dB이다. 도서관(40dB)과 비슷한 수준이다. GM 관계자는 “정숙성의 대명사로 꼽혔던 도요타 렉서스 ES350(42.5dB)보다 조용하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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