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레무대의 '파워 스카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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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수레무대의 연극 '파워 스카펭'이 화제다.

지난 10월 막을 올린 '파워 스카펭'은 막대한 예산을 들인 야외극 '철안붓다', 거두 이윤택, 오태석씨의 신작들 속에서도 나날이 관객수가 늘어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흥행뿐 아니라 동아 연극상 후보로 추천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는 중.

수레무대는 지난 92년 창단된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작품인 소극단.

대학로에서 수레무대는 단원들이 각자의 생업을 가지면서 돈을 모아 작품을 준비, 발표면서도 우수한 극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 '파워 스카펭'은 93년 4개월간의 합숙훈련 끝에 창단작품으로 공연했던 몰리에르 원작 '스카펭의 간계'를 다시 만든 것이다.

극의 주인공 스카펭은 나폴리 부유층 청년의 하인. 스카펭의 주인인 청년과 그의 친구는 출신가문을 모르는 가난한 처녀, 집시출신 처녀들과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자 하지만 두 청년의 아버지들은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며 돈을 지불하길 거부한다. 스카펭은 속임수를 써 두 아버지들에게서 돈을 빼앗아내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 스카펭이 꾸민 일. 그런데 출신가문을 모르는 가난한 처녀가 실은 청년의 아버지가 낳은 숨겨 놓은 딸이고, 집시처녀 역시 다른 한 청년이 어릴 때 잃었던 동생임이 밝혀지는데...

'스카펭의 간계'의 원작자인 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 고전극을 대표하는 희극작가이다.

대표작으로 파리 사교계의 천박한 여인들을 풍자한 '여학자', 사이비 신앙인을 풍자한 '타르튀프', 인색한 아르바공을 그린 '수전노'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극중 왜곡된 성격의 주인공이 사회생활에서 보이는, 정상을 벗어난 익살스런 행동이 주제가 된다. 이렇듯 몰리에르는 상류사회를 풍자하는 방식이 한국의 전통 마당극과 흡사해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가.

이 연극의 주인공인 스카펭 역시 한국 마당놀이에서 양반들의 무능력과 부패를 풍자하는 말뚝이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연출을 맡은 김태용씨는 '영화 같은 연극, 시대극 같은 현대극'을 표방하며 17세기의 서양고전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냈다.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수레무대가 내걸고 있는 기본원칙 '관객에게는 쉽고, 재미있어야 하고 볼거리가 풍요롭게 제공되어야 하지만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에 충실했기 때문.

극중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풍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일관된 템포와 속도감으로 극을 몰아가는 배우들의 기량에서 이들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저력을 엿볼 수 있다.

11월 28일까지 정보소극장(화수목 7시 30분, 금토일 4시 30분, 7시 30분, 월 쉼). 공연문의 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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