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탈세 수사 마무리 단계

중앙일보

입력

탈루금액 1조8천억원, 포탈세액 6백7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조세 범죄로 기록될 한진그룹 탈세사건은 10일 조중훈(趙重勳)명예회장이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검 중수부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은 이날 오전 "아직까지 최종 사법처리 대상은 결정되지 않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이 미리 탈세내역에 대해 광범한 조사를 마쳤고 검찰도 자료를 넘겨받은 지난달 4일부터 한달 이상 정밀추적 작업을 거쳐 趙명예회장의 소환은 '당사자 최종 확인' 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에 미리 소환된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과 조수호(趙秀鎬)한진해운 사장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4억4천만달러를 해외로 불법 이전시켰다는 부분에 대해선 "국제항공 거래상의 관행에 따랐고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라며 완강히 부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막판까지 고심한 것은 구속자 숫자. 사상 처음으로 소환된 3부자중 누굴 남기고 누굴 내보낼지에 대해 수뇌부의 의견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검찰수사의 결론은 '탈세사건의 최종 책임은 趙명예회장' 으로 모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趙명예회장은 고령(79세)인데다 지병을 앓고 있어 구속시킬 경우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구속 방침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한진해운 趙사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趙사장을 검찰소환 48시간을 꽉 채운 이날 오후 4시쯤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 법감정에 따르면 구속이 마땅하지만 일가족 모두 사법처리를 받는다는 점과 한진해운 趙사장의 혐의 대부분은 아버지나 형에게 책임을 물을 부분이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 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혹시 재벌을 봐준다는 여론이 나오는 게 아니냐" 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검찰은 아직 한진의 비자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탈루액의 규모를 볼 때 이를 비호한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이 전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찰의 한진수사가 곧 이어 정치권과의 관계 등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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