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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용작물이면 농업도 승산있다 믿어 모험 감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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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대를 졸업한 40대 회사원이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에 입학한다. 1997년 문을 연 이 대학에 최초로 들어오는 서울대 출신 입학생이다. 주인공은 201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특용작물학과의 약·특 전공에 합격한 손영진(42·사진)씨. 15년 간 대기업에 근무해 온 그는 “특용 작물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어 모험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서울대 농업교육과를 나왔다. 당시엔 농업 자체보다 교사 자격증을 노리고 택한 전공이었다. 교육 제도가 바뀌어 교사 발령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식품업체 입사로 진로를 틀었다. 본격적으로 귀농을 꿈꾸기 시작한 건 입사 5년차이던 2000년 무렵이다. 외환위기로 불안해진 일자리, 갈수록 여유가 없어지는 근무 환경 등을 보며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식품업체에 근무하면서 헛개나무 추출물 같은 유기농 원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지켜봐왔다. 이를 통해 특용작물 재배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비 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인삼·야콘 같은 특용작물과 기능성 작물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식품회사에서 쌓은 인맥도 든든한 밑천이다. 그는 “특용작물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판로 모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귀농을 하는 대신 10년 간 회사 일을 하며 자금을 모았다. 환상을 가지고 덜컥 귀농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3년 과정의 한농대에 지원한 것도 차분히 귀농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농업 기술이 많이 발전해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고 싶었다”며 “뜻이 비슷한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아내도 손씨의 확고한 설명에 마음을 돌렸다. 손씨는 “아버지 세대의 농업은 1차 산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농업이 가공업이나 관광업과 연계해 2·3차 산업으로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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