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어디로…1994년? 1999년?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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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2011년 서울 주택시장의 역사속 시간은 1994년이 될까, 1999년이 될까. 어느 해가 될지는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도 될 수 있다.

왜 1994년과 1999년인가. 국민은행이 주택가격 동향을 파악한 1986년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값보다 더 높은 시기가 이 무렵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009년 이후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값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간 전셋값•매매값 변동률이 2009년 각각 8.1%, 2.6%, 2010년 7.4%, -2.2%다.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고공비행하면서 지난해 하락세를 보인 매매가격이 올해 어떻게 될지가 주택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하락세였던 매매값이 변동률 ‘0’을 치고 올라온 해가 1994년과 1999년이어서 이들 두 해가 주목된다.

1994년엔 1991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매매가격이 4년만에 1.2% 올랐다. 그 때부터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해인 1997년까지 0~5.2%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평균 2.7%로 물가상승률이나 소득증가율,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낮은 보합세 수준이었다.

이 기간 전셋값도 앞선 시기에 비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매매값보다는 높은 상승률(연평균 7.6%)을 보였다. 1997년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매매값과 전셋값은 한마디로 급등세였다. 1999년 12.5% 오른 데 이어 2003년까지 101.6% 뛰었다(연평균 20.3%). 전셋값은 2003년 내리막을 타기 전까지 104.2%(연평균 26.1%) 치솟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셋값도 ‘마이너스’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 이전엔 계속해 매매값보다 전셋값이 시장을 주도했다.

현재로선 1994년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많은 것 같다. 올해 집값이 지난해 하락세를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상승폭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 문제.

1994년 무게 실리지만 1999년 가능성도

전문가들과 연구기관 등의 공통된 올해 전망은 상승폭이 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미분양이 많이 남아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예년만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게 꾸준히 공급될 상당한 물량의 보금자리주택이 상승세를 견제하게 된다.

전셋값이 이미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전셋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융위기 이후 급락한 수준과 비교하면 16% 가량 올랐다.

매매값과 전셋값 모두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세시장이 매매보다 불안한 요인을 더 많이 갖고 있어 전셋값이 상승률이 매매값보다는 높을 것 같다.

1994년 이후와 같은 전셋값•매매값 변동률 그림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급등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공급량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6~2010년 서울지역 주택건설인허가 실적은 25만6233가구로 연평균 5만1246가구다. 2001~2005년 연평균 1만406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외환위기 무렵에도 공급이 크게 줄었다. 1997년까지 연평균 10만가구 정도이던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연평균 6만4459가구로 뚝 떨어졌다.

누적된 공급 감소가 이후 주택시장을 크게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여기다 2000년대 초중반 잠실•강남 등의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멸실에 이어 또다시 앞으로 2~3년 내 개포•고덕 등 재건축과 강북지역의 뉴타운 이주가 예상된다.

당장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서울 주택시장의 안개 속에는 이처럼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두 갈래 길이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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