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메스 잡아야 의사인가요 사람 살리는 기업가도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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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MBA(경영학석사)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유학 길에 오르는 의대생이 있다. 송호원(25·사진)씨. 그는 다음 달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MBA 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올해 스탠퍼드대 MBA 입학생 390명 가운데 학부를 갓 졸업한 학생은 송씨를 포함해 4명뿐이다. 그가 미래가 보장된 의사 대신 유학 길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십을 배워 사업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씨는 의료 봉사를 목표로 한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FREEMED)’ 창립자다. 지난해엔 도전을 즐기는 ‘쾌속세대’로 본지에 소개됐다. 하지만 송씨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송씨가 프리메드를 창립한 건 ‘돈 문제’ 때문이었다. 대학 내 의료봉사단체에서 활동하던 송씨는 “지속적으로 의료 봉사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약값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했다”고 했다. 경영 동아리에 들어갔다.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도 있다. 돈도 벌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그 경험을 토대로 2009년 2월 프리메드를 만들었다. 프리메드는 자체 제작한 가방·티셔츠 등을 판매해 모은 돈으로 판자촌에 사는 저소득층들을 찾아가 진료 활동을 했다.

 지난 2년간 프리메드를 통해 무료 진료 혜택을 받은 이는 1500명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신입 회원 모집 때는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프리메드가 성공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작 송씨의 고민은 커져 갔다. “프리메드를 운영하면서 기업가로서의 꿈이 생겼어요. 수익모델을 찾으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욕심이 생길수록 회원들과의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더라고요.”

 송씨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비즈니스 리더십’이란 결론을 내렸다. “문제를 분석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가장 적절한 답을 찾는 게 바로 비즈니스 리더십의 핵심 아닐까요.“

 그의 꿈은 의료 과학 분야의 벤처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시장을 개척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 “꼭 메스를 잡아야 의사일까요? 사람을 살리는 게 진짜 의사죠. 저는 사람을 살리는 기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정선언·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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