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호 등 준보석 풍부하게 사용,크기화려함 변함없지만 값 낮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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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09면

비첸자오로 보석전시회는 바젤월드, 라스베이거스 JCK쇼, 홍콩 주얼리 박람회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얼리 전시회 중 하나다. 1년에 세 번 열리는데 1월에는 비첸자오로 퍼스트, 5월에는 비첸자오로 참, 9월에는 비첸자오로 초이스로 불린다. 1월 15일부터 6일간 열린 올해 비첸자오로 퍼스트에는 세계 50개국서 약 1500개 회사가 참가했다. 이 전시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나 미국, 스위스의 유명 브랜드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미아니를 비롯한 이탈리아 주얼리 메이커들이 전체 참여사의 절반 가까운 수치를 기록해 이탈리아 디자인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김성희의 유럽문화통신: 이탈리아 보석전시회 ‘비첸자오로 퍼스트 2011

김성희 통신원(왼쪽)과 디트리회장

이번 전시의 특징을 꼽자면 작년부터 붐을 이룬 동물 형태의 주얼리는 물론 꽃과 나비가 여전히 강세다. 수세기 동안 자연은 주얼리를 만드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소재였는데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꽃과 동물 형태의 인기는 아마 절정에 이른 것 같다.한편 디올을 비롯한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시작한 가는 체인을 사용한 팔찌와 반지는 이제는 쇼윈도에 꼭 내놓아야 하는 상품이 됐다. 착용한 것조차 잊게 될 정도로 가벼운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에서 다이아몬드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작다.금값은 상승했는데 쇼윈도에 장식된 주얼리의 크기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다. 단지 주얼리 제작에 사용된 재료가 바뀌었다. 금과 다이아몬드, 귀보석이 아닌, 은이나 산호, 준보석 등 가격이 저렴한 자연의 재료를 풍부히 사용했다. 그렇게 큰 제품을 만들어 화려함과 크기를 유지한다.

이들은 화려해서 눈에 확 띄지만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덜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해진다.다이아몬드도 화이트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이 저렴한 팬시컬러 다이아몬드가 많이 사용됐다. 물결치듯 우아한 곡선으로 흐르는 금속의 표면을 블랙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적절한 조화로 파베 세팅(Pavsetting: 작은 다이아몬드들로 넓은 면을 촘촘히 가득 박는 보석 조각 기법)한 반지와 펜던트는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 중에서도 이스라엘의 이벨(Yvel), 마르코 비체고(Marco Bicego) 등을 비롯한 주요 브랜드에서 선보인 불투명한 저급의 사파이어를 얇게 절단해 넓은 면에 사용한 기법은 앞으로 유행의 조짐이 보인다.

비첸자 박람회는 2015년까지 새로운 건물을 증축한다. 비첸자 박람회의 로베르토 디트리(Roberto Ditri) 현 회장과 코라도 파코(Corrado Facco) 사무국장의 노력 덕분이다. 디트리 회장은 이탈리아 주얼리의 힘을 묻는 질문에 “이탈리안 DNA”라고 말했다.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아름다움과 관련된 DNA라는 것”이다.

“이 DNA를 사용해 만든 제품들은 꿈을 꾸게 합니다.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얼리는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하는 하나의 증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월에 열리는 비첸자오로 퍼스트는 캘린더상 세계에서 가장 처음 열리는 주얼리 전시회입니다. 가장 먼저 올해의 트렌드를 알 수 있죠. 이 전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비첸자(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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