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紅包와 “꽁시 파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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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의 "춘지에"(春節) 우리의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동양사회에서 명절은 음력으로 쇠는 전통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일본은 明治維新 이후 모든 명절을 아무런 환산법 없이 양력화해 버려 명절을 보면 계절에 서로 맞지 않는 예가 많다.

다행히 중국과 한국은 한자 문화권뿐만이 아니고 음력문화권이라 서로 통하는 바가 많다. 특히 설날이 그렇다. 우리는 한때 “민속의 날”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설날”이라고 하면서 조상에 제사도 지내고 고향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평소보다 2-3배 시간을 감수하고 인구 대이동의 귀향대열에 참가한다. 그렇지만 중국은 아직도 양력설을 의식하여서인지 “설날”이라고 하지 않고 “춘지에”라고 슬쩍 에두른다. 그렇지만 실제 일주일 이상 휴무일로 지정 모두들 귀향케 하여 진짜 ”설“을 쇠게 한다.

설날이 되면 아이들은 가장 즐겁다. 중국에는 세뱃돈을 훙빠오(紅包) 또는 야쓰이치엔(壓歲錢)이라고 한다. 야쓰이치엔은 새해에 행운을 걸어 주는 돈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본래 야쓰이치엔을 붉은 주머니 훙빠오에 넣어 주므로 훙빠오가 바로 세뱃돈이 라는 말이 되었다. 우리도 과거 붉은 색의 복 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었다. 붉은 색은 잡귀가 무서워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붉은 색은 평안과 무병을 상징하므로 행운을 가져온다는 뜻도 된다. 지금도 겨울에 빨간 내의를 즐겨 입고, 생일 날에는 팥밥을 지어 먹고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여기 저기 뿌리는 것도 팥의 붉은 빛깔로 악귀를 쫓고저 한 풍습이 남아서 인지 모른다.

얼마 전 어느 잡지에 韓.中.日 세뱃돈 평균을 조사한 것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 세뱃돈을 오토시 다마(年玉)라고 부르는 일본이 3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중국으로 16만원, 한국은 15만원 정도로 제일 낮았다. 한국에서는 대개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가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국에는 빈부의 격차가 많아 세뱃돈을 받지 못하는 학생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가정에서는 시아오 황디(少皇帝)에게 주는 세뱃돈은 아까워하지 않아 현금 뿐만이 아니라 주식 귀금속도 훙빠오에 넣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세뱃돈을 받은 아이들은 그 돈을 굴리기 위해 펀드등 금융상품을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서는 자녀의 理財교육이 훙빠오부터 시작하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뱃돈이 없어 귀향을 꺼린다는 신문의 기사를 보면 대부분 중국인들은 경제불황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아 많은 돈이 아니고 자녀에게 축복을 의미하는 상징적 훙빠오가 주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슬슬 자녀 뿐만이 아니고 한 해 동안 수고한 직원들을 위한 훙빠오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 양력설이 지난지 한달이 되었지만 역시 “훙빠오”와 “꽁시 파차이(恭禧發財)”는 “춘지에”가 되어야 실감이 난다. “꽁시 파차이”!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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