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당하는 과학영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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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들이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따돌림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인 한양대 허운나(교육공학과) 교수는 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과학영재 교육체제 확립 및 운영방안''에 대해 과기부 기자실에서 설명하며 `똑똑해서 괴로움을 당한 과학영재''들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이건호(18)군과 뛰어난 창의성 평가를 받고도 학교 교육 부적응으로 학교를 전전해야했던 정경훈(12.지능 157)군, 초등학교 입학전 책 2천여권을 읽어 화제가 된 최푸름(7)군 등이 그들.

이군은 고교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국내에서는 대학진학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지만 미국 학업적성검사에서 만점을 받아 MIT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결국 국내 교육제도 미흡으로 영재교육을 미국에 맡기게 된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과학적 창의성검사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지능지수가 157인 정군은 학습진도에 맞지 않는 질문 등으로 교사들에게까지 문제아로 인식돼 서울의 여러 학교를 떠돌다가 결국 시골로 내려가 지난 2월 전북 남원 용성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정군은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현재 관심있는 분야를 혼자 공부하며 모컴퓨터회사의 프로그램개발을 돕고 있다.

교과서 한 페이지를 0.1초에 소화하는 속독능력을 가졌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2천권의 책을 읽은 최군은 초등학교 2학년 수업이 너무 느려 괴로워하는 처지다.

자문위원인 한양대 허운나(교육공학과) 교수는 "영재들을 수용할 수 없는 교육체제가 큰 문제"라며 "영재교육은 영재 선발과 육성 뿐 아니라 연구활동 지원 등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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