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자가용은 생일날만 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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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도 이제는 35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99% 이상이 되고 싶어 하는 한반도의 그것. 바로 부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민의 1~3% 정도만 부자입니다. 이 땅에 인간이 생존한 이후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부자는 전체 인구의 5%를 넘은 적이 없지요. 그 실망감 때문에 자신을 짓누르는 게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부자 되는 핵심인 손이 갈라져 터지는 절약을 포기하고, 머리 빠개지라고 생각하는 창의성을 망각하며, 뼈가 녹아 내리도록 노력하지 않습니다.

 부자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안 되고, 우리 친인척에도 별로 없을까요. 제가 만난 숱한 부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몇 가지 팁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른바 ‘부자 10훈(十訓)’입니다.

 첫째, 전날 술을 많이 마셨거나 자정 넘어 이불 속에 들었어도, 반드시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그러곤 ‘나는 존경 받는 부자가 된다’를 속으로 열 번 외칩니다. 새벽 다섯 시엔 아파트 문을 나서야 하죠. 새벽길을 걸으며 자신을 다스리는 게 중요합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는 이때에 자동차는 생일날만 탑니다. 건강 증진 차원에서 지하철과 버스정류장까진 걸어가야 하겠고요.

 둘째, 소모성 비용은 1000원도 쓰지 않고, 수익성 비용엔 아끼지 않는 하루를 삽니다. 쓸데없이 남 욕하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신문 들고서 어제까지 한 번도 못 들어 본 것이 나오면 바로 그냥 세 번 읽고 외워 버립니다. 그러곤 걸어가면서 그것보다 더 새로운 것을 나는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하고요.

 셋째, 식사를 3분 이상 하면 부자가 못 됩니다. 시래깃국에 밥을 훌훌 말아 마시며 ‘부자 영양탕 맛이 좋네’ 하며 무릎 치고 다음 일을 찾는 것이 당신의 부자 DNA를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넷째, 세계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열 배 이상 부자가 빨리 된답니다. 미모와 키를 고려하지 말고 부자 될 배우자를 고릅니다. 남의 일을 해서는 부자가 못 되니, 약간 못마땅한 배우자더라도 같이 내 일을 찾아서 열심히 달려들면 부자의 문턱이 한층 가까워집니다.

 다섯째,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2억7000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녀 한 명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는 데 2억6000만원이 듭니다. 자녀가 혹시 공부를 못해도 하늘이 주신 부자 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부자 되는 것과 공부 잘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부자들의 평균 학력은 상당히 낮지요.

 여섯째, 집은 돈 먹는 하마입니다. 결혼한 형제 전원이 재개발 지역의 허름한 2층짜리 연립주택에 모여 살아도 됩니다. 각자의 아파트는 전부 전세를 놓고요. 전세금으론 부자 되는 펀드에 들고, 월세 받아서는 창조적인 장사를 시작하는 겁니다.

 일곱째, 너무 빨리 시작된 주5일 근무제를 스스로 포기하고 토요일은 하루 종일 초과 근무합니다. 내 일터에서요. 토요일 밤 11시에 ‘나는 미래의 부자’라는 훈훈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면서 들어서고요.

 여덟째, 종교를 믿으면 전지전능한 교주께서 당신의 마음에 부자 될 잠재력을 얼마든지, 언제든지 제공합니다. 사교만 아니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종교라도 믿는 것이 좋겠지요.

 아홉째, 내가 부자가 되려면 누군가의 돈을 받아야 하는 거죠. 결국은 남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항상 찾아야 합니다.

 열째, 60세가 되기 전에 손에 큰돈 딱 한 장이 잡히면, 가족에게 정확한 액수는 가르쳐 주지 마십시오. 모르면 괜찮은데, 괜히 알면 탐내면서 싸웁니다. 나를 부자로 이끌어준 이 땅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익명으로 기부를 하십시오. 익명으로 하면 받는 사람이 누가 줬는지 몰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쓸데없이 세금공제 받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버리고요.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창조할 익명 기부를 하십시오. 그것도 당신의 손가락으로 말입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교내 부자연구센터장으로 있다. 국내 ‘부자학 대가’로 꼽힌다. 2004년 개설된 ‘부자학 개론’ 강의는 늘 초만원이다. 2007년엔 국내 최초로 ‘부자학회’를 창설해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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