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긴 골프 역사, 남아공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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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보비 로크

1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유러피언 투어 요하네스버그 오픈 첫날 1~3위를 남아공 선수가 점령했다. 유러피언 투어에서 한 나라 선수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유러피언 투어 플레이오프 랭킹)에서도 14일 현재 상위 5명 중 4명이 남아공 선수다.

 1위는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인 루이 우스트히젠, 2위는 찰 슈와첼, 4위는 어니 엘스, 5위는 레티프 구센이다. 이들은 유러피언 투어를 거점으로 미국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2008년엔 마스터스 우승자(트레버 이멀만)를 배출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4계절 골프가 가능한 골프 천국 중 한 곳이다. 골프를 하는 백인 인구가 50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골프장이 500개 정도다. 전통도 깊다. 골프가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것은 1885년으로 미국보다 2년이 빠르다. 1903년 시작된 남아공 오픈은 세계에서 둘째로 오래된 네셔널 오픈 경기다.

 20세기 중반 남아공에서 전설적인 선수가 나왔다. “드라이브는 쇼이고, 퍼터는 돈”이란 유명한 골프 금언을 남겼던 보비 로크다. 그는 1940년대 PGA 투어 최다승 기록(82승)을 가진 샘 스니드(미국)와 남아공에서 16번의 이벤트 매치를 벌여 12승을 했다. 그는 스니드의 권유로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년여 만에 대회 출전을 금지당했다. 나가기로 한 대회에 예고 없이 불참했다는 명목이었으나 실은 “너무 잘한다”는 미국 선수들의 질시 때문이었다. 로크는 대항해 시대의 선원처럼 남아공과 유럽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십에서도 네 번 우승했다.

 로크에게 배운 게리 플레이어는 골프에서 가장 뛰어난 모험가다. 플레이어는 남아공과 유럽, 미국을 돌아다니며 여행기록 1750만㎞를 남겼다. 미국에선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60~70년대 3총사로 활약했다. 플레이어는 남아공에 주니어 골프 재단을 세워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 등 후배들을 키워냈다. 엘스는 우스트히젠을 키웠다. 남아공 골프가 세계 골프 투어의 전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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