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손실로 대우채권단 타격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대우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12개 계열사의 실사결과와 채권단의 채무조조정방안이 드러나면서 채권단이 과연 얼마만큼의 손실을 분담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대우그룹 사태로 인해 채권단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채권단의 필요채무조정비율(손실률)이 밝혀지면서 구체적인 채권단의 손실규모가 드러나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그룹 각 계열사에 빌려줬던 자금중 업체별로 최대 75%이상을 무이자 자산으로 처리, 손해를 보게 됐다.

국내 은행권은 대우사태로 인한 손실로 재무구조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따라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얼마나 손해보나 = 12개 계열사에 대해 채권단이 부채중 출자전환과 CB 인수를 통해 채무를 조정함으로써 입는 손실은 약 30조원선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채권단은 ㈜대우와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 주력 4개사에 대해서만 채권단 여신 24조7천억원을 포함해 부채 30조원을 보통주 및 전환사채(CB)로 전환해 주기로 했다.

이중 국내 채권단 여신이 출자전환되는 몫이 24조7천억원이어서 국내 채권단 전체 여신 48조원(8.25일 기준)의 절반이 무이자 자산으로 바뀌게 된다.

이밖에 대우통신 1조4천800억원, 경남기업 1천720억원, 쌍용차 1천300억원 등을 포함하면 대우캐피탈과 다이너스클럽 등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12개사 전체로는 국내채권단 여신 60조원 가운데 30조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주력 4개사의 필요채무조정비율이 ㈜대우 75%, 대우자동차 50%, 대우전자 27%, 대우중공업 10%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채권단이 보통주로 전환한 부채의 경우 상장사의 주가가 크게 낮은 수준인데다 앞으로 워크아웃이 성공해야만 주가상승에 따른 여신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주의 가치는 거의 없는 셈이며 CB도 대부분 표면금리가 0%인데다 20년가량의 장기간 동일한 조건으로 차환 발행하도록 돼있어 현재가치가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채권금융기관들은 대우그룹에 그동안 빌려줬던 돈중 절반을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되는 셈이다.

▶고개드는 은행권 추가 구조조정 = 대우여파에 따른 손실로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난데다 새로운 자산건전성기준(FLC) 도입으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올상반기중 주가상승에 힘입어 대형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이같은 추세가 대거 반전, 약 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고 있다.

또 이로인해 내년초 대우그룹에 대한 최종 실사결과가 나오고 채무조정안이 확정되면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의 추가투입이 불가피하며 이과정에서 2차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금융연구원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재구축방안’토론회에서 국내금융산업이 자산규모 200조원대의 2∼3개 선도은행을 포함해 4∼6개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종합금융기관과 5∼8개의 특화금융기관으로 양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이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조흥.외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우사태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못하고 자본확충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권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의 결산실적은 대우사태로 인한 충당금 적립규모가 좌우하게 될 것이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하는 은행이 적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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