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공방 '진흙탕 정보게임'

중앙일보

입력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와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언론장악 문건 공방의 한복판에 있는 두 사람은 정치생명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두사람은 국정원(옛 안기부)
출신이다.스스로의 '정보역량을 총동원해 연일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더러운 정보게임'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국정원 경력은 이종찬 부총재가 단연 선배다.육사(16기)
출신인 李부총재는 60년대 중반 중앙정보부에 들어갔으며 80년 기조실장까지 지냈다.5공의 전두환정권은 반(反)
하나회의 핵심인 李부총재를 '군부의 단합'이란 측면에서 정권의 일원으로 흡수했다.

검사출신(사시12회)
인 정형근의원은 83년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으로 안기부에 들어가 대공수사국장(88년)
·제1차장(95년)
을 지낸뒤 96년 총선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폭로의 전단은 지난달 25일 鄭의원이 열었다.鄭의원은 문건의 출처가 李부총재임을 공개하지 않은채, '여권 실세'라며 공세를 개시했다.

이에 李부총재측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작전으로 대응했다.중앙일보 기자직을 휴직한 문일현씨가 문건 작성자임을 공개하며, '文씨 단독 작품'으로 비추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러자 鄭의원은 '여권실세는 이종찬'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이후의 양상은 반전(反轉)
의 연속이었다.그 고리는 평화방송 이도준기자.지난달 28일 李부총재측은 李기자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李기자와 鄭의원의 금전관계 실체를 찾아냈다.

이날 낮 李기자는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를 찾아갔다.이것이 이종찬 캠프의 사주였는지는 불확실하다. 어쨌든 李기자는 李총재에게 鄭의원과의 돈문제를 얘기하며 "문제를 확대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李기자의 이런 태도를 놓고 鄭의원은 여권과의 거래 가능성을 의심했다.그런 판단탓인지 그날밤 11시에 기습적으로 李기자의 신원을 공개했다.감청과 미행을 감안,李기자와 공중전화나 핸드폰으로 연락했던 鄭의원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다음날인 29일 李부총재측은 재반격에 나섰다. '鄭의원이 李기자에게 1천만원을 줬다'는 내용을 흘려 鄭의원을 '정보 매수자'로 몰고갔다.

그러나 31일 鄭의원은 추가문건 폭로 위협으로 공격 수위를 높였고,李부총재는 1일 퇴임때 국정원문건 일부를 반출했음을 시인했다.

이상렬·서승욱 기자 <lees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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