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日회사 인종차별 소송중 자살

중앙일보

입력

재미 한인이 일본계 회사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다 형사고발을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한인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1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일본계 화물운송회사인 '니폰 익스프레스 USA'에 다니던 이명(39)
씨가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시 남서부 토런스의 자택 차고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0년전 미국에 이민온 이씨는 5년전부터 이 회사에 근무해 왔으나 지난 7월 회사측이 인종차별을 한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협박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을 당하자 이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일본인 직장 상사들로부터 "입에서 김치냄새가 난다" "조센징은 야만인이다" 등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오던 이씨는 회사측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격분, "일본인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했다가 회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씨가 남긴 일기장에는 한국 신문을 보지 말고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말라는 등 일본인 직원들로부터 당한 멸시와 모욕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이씨는 7월 중순 해고되자 회사를 상대로 인종차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 최근 회사측과 보상에 합의했으나 고발사건이 계속 진행되는 바람에 8월19일 시민권 선서도 하지 못했다.

이씨의 부인인 일본계 준코(36)
씨는 "남편이 일본인 상사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민족적 차별과 멸시, 부당대우에 시달렸지만 회사는 이를 묵인, 방관만했다"며 법적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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