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물가관리 정책은 시장경제의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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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동수 신임 공정위원장의 정책은 잘못됐다. 실행될 수 없고, 실행해서도 안 된다. 시장경제의 재앙이며 시장자본주의의 명백한 후퇴다.”

 허선(59·사진) 전 공정위 사무처장이 9일 자신의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에 ‘공정위가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잡아서도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일부다. 취임 일성으로 물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전직 공정위 고위 관료가 ‘친정’인 공정위의 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허 전 사무처장은 2006년 퇴임한 뒤 법무법인 화우에서 선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허 전 사무처장은 “가격의 인위적·직접적 억제는 가격의 왜곡이며 이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의 최적 배분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억제된 가격은 큰 비용을 치르고 언젠가는 다시 솟아오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는 직접적으로 물가에 관련되는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기업에 가격을 내리라고 지시할 법적 권한도 없다”고 비판했다. 가격거품 현상과 원인을 분석해 이를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정위에 대해 “이는 기업에 대한 명백한 공갈이자 협박이고 민간사찰”이라고 했다. 그는 “공정위의 말대로 이런 ‘공론화’ 정책이 먹혀 들려면 최소한 기업 쪽에서는 공정위의 암묵적 압력을 듣지 않으면 공정위가 다른 무기로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는 그 자체로도 정부의 옳은 작용이 아닐뿐더러 공정거래법이 시장경제의 파수꾼에게 부여한 성스러운 제재수단을 공갈배의 주먹으로 타락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물가 잡는 데 신경 쓰다가 공정위 본연의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는 “물가관리 업무에 간부들의 정신이 쏠리고 인력이 차출되면 그나마 부족한 카르텔 규제 등에 투입되는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물가관리를 중시하다 보면 기존의 사건 처리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투자계획, 마케팅전략 등에 불확실성이 커져 소위 ‘규제 준수 비용(compliance cost)’이 증대하게 된다. 이는 기업 경영의 효율을 방해할 뿐 아니라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더디게 할 것이다.” 그는 “예를 들면 카르텔의 경우 경쟁자 간에 합의해 가격을 올릴 때뿐만 아니라 합의해서 가격을 내릴 때도 똑같이 위법이 된다”며 “이 경우 물가당국이 포상을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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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법무법인유한화우 선임건설턴트
[前]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 처장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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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제16대)
[前] 기획재정부 제1차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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