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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동물 방역 지휘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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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태성
경상대 수의과대학 교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쇠귀에 경 읽기, 길마 무서워 소가 드러누울까 등 다양한 속담에서 인간의 태만, 무지 혹은 욕심을 경계하는 주인공이 바로 소다. 이런 소들이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FMD)으로 땅에 묻히고 있다. 다양한 추가 피해 역시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이 바이러성 질병을 소의 우역 바이러스성 질병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방역 혹은 방제 대상 동물 질병으로 순위를 매겨놓았다. 사실 우역은 동물 질병 중 성공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결과, 내년에 세계적으로 소멸되었음을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공포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구제역이 가장 최우선으로 방제돼야 하는 질병이 된 셈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해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쉽게 공기를 타고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세포 밖으로 나올 경우 한 세포에서 작게는 수백만 개에서 수억 개의 새로운 작은 바이러스 입자가 생겨 전파된다. 이 새로운 입자가 구강 혹은 발굽동물의 발굽 주위에서 형성돼 많은 세포를 상하게 하고 터져나올 땐 다시 수십억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중 감염성 있는 입자 단 하나만이라도 감염되지 않은 동물에 침입한다면 감염이 되어 질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2001년에 발생해 역사상 유례없는 수의 소와 양을 살처분한 바 있고, 과거 아르헨티나와 같은 축산 강국도 구제역 질병의 발생이 국가 경제를 흔들어 놓은 바 있다.

 구제역뿐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병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점은 수의사로서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감염 동물은 물론 감염되지 않은 동물도 죽여서 매몰하는 살처분 방식의 방역 실태는 문제가 많다. 이 기회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선진국과 같이 세계적으로 문제시 되는 질병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동물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국가적인 재앙으로 불리고 있는 구제역 만연 상황에서도 방역을 책임지는 중심에 동물 질병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동물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개탄할 일이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의 이 같은 방역 시스템으론 최근의 구제역 같은 재앙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어렵다.

 증산정책을 우선시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동물 전염병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작금의 사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으며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다른 동물 전염병의 효율적 관리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도 가축을 증산 위주로 다루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동물의 건강관리를 우선적으로 하는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 질병을 전문적으로 책임질 ‘동물건강관리국’을 신설해 동물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앙을 막고, 사람에게도 전파 가능한 질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때가 됐다. 근년에 동물의 질병은 단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님이 이미 수 차례에 걸쳐 확인됐다.

 2009년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겪은 고통의 기억이 생생하며, 구제역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동물에게만 한정돼 있지 않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국민들도 동물성 먹을거리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소는 잃었고 이제 외양간을 고칠 때다. 다시 많은 소를 잃는 우를 범하는 국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태성 경상대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