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리포트 제공 사이트, 교양교육의 근간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제출한 리포트는 F학점을 주겠습니다."

Y대에서 교양과목인 ''프랑스문화예술'' 강의를 맡고 있는 강사 金모(42) 씨는 과제를 낼 때마다 학생들에게 경고한다.

PC통신과 인터넷에 ''프랑스문화예술'' 관련 리포트들이 수십건씩 올려져 있어 학생들이 이를 내려받아 짜깁기하거나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를 여러건 찾아냈기 때문이다.

金씨는 "몇년동안 계속 개설된 교양과목의 대형 강좌가 특히 심하다" 며 "리포트를 채점할 때마다 PC통신에 올려놓은 리포트들을 모두 내려받아 읽어보는 고생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리포트를 제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이를 막아낼 뾰족한 방법이 없어 대학 교수.강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이텔.천리안.유니텔.나우누리 등 4대 PC통신이 방대한 리포트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리포트뱅크.리포트사냥개.리포트천국 등 10여개의 리포트DB 사이트가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전공별로 리포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포트를 제공하는 학생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자료를 늘리고 있다.

또 서로 필요한 리포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시판에는 ''리포트를 급히 구한다'' 는 내용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다. 심지어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리포트를 구해주기도 한다.

S대 朴모(26.심리3) 씨는 "급할 때는 PC통신.인터넷을 검색해 비슷한 주제의 리포트를 찾아 짜깁기한다. 학과 홈페이지.개인 홈페이지에도 리포트를 올려놓고 있어 베낄 자료가 풍부하다" 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박성익(朴成益) 교수는 "남의 지적 재산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베낄 수 있도록 조장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대학 교양교육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 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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