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유승안 한화 코치, 백혈병 투병중인 아내에게 약속지켜

중앙일보

입력

“여보 약속을 지켰어.”

한화 유승안(43) 수석코치가 첫 우승 트로피를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아내에게 바쳤다.유코치의 부인은 과거 MBC드라마 ‘수사반장’에 출연하는등 일반인들에게도 낯익은 탤런트 이금복(43)씨다.

이씨의 병이 처음 밝혀진 것은 지난 5월29일.한화 이희수감독의 심판폭행사건으로 유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게 된 첫날이었다.유코치는 올초 “너무 피곤하다”는 이씨의 말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때부터 병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유코치는 이후 경기가 끝나는대로 서울로 상경,부인이 입원해 있는 중앙병원을 찾았다.전지훈련·원정경기 등으로 집을 비운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화려한 탤런트 생활을 접고 ‘또순이’로 소문날 정도로 알뜰살뜰 생활에 애쓰던 아내.

너무 안쓰러웠던 아내였기에 유코치는 야간 경기가 끝나는 밤이면 10시쯤 부리나케 차를 몰아 부인을 지켰고 동이트기 전 다시 경기장으로 떠났다.

이것으로 부인에 대한 속죄를 다 할 수는없었다.유코치는 현역시절부터 어려운 친구들에게 월급을 떼어 주기 일쑤였고 친구의 빚보증으로 1억원을 날리기도 했다.평탄치 않은 생활이었지만 남편의 꿈인 우승을 위해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던 아내를 생각하면 유코치는 경기중에도 문득문득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자라던 혈소판이 한화그룹직원들의 헌혈로 해결됐고 암한방병원 광혜원에서는 무료로 약을 공급하기도 했다.유코치는 “성적이 좋으면 부인이 기뻐하고 병세가 호전될 것같다”며 더욱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해 팀 성적도 부쩍 좋아졌다.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의 우승이 눈앞에 들어온 최근 이씨의 병세가 더욱 악화돼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지난 27일부터 이씨는 간과 비장에 악성 합병증이 생겨 생명이 위독한 실정이다.유코치는 이날 아침에도 중환자실을 떠나면서 우승하고 돌아올께”라는 말을 건냈다.머리가 빠지고 입술이 하얗게 타들어가 과거의 아름답던 모습이 사라진 이씨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는 이날 롯데를 4-3으로 꺾고 우승,유코치는 결국 ‘아내에게 바치는 우승컵’을 안고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그러나 아내는 더욱 파리해진 모습으로 신음하고 있어 유코치는 오열하고 말았다.남편의 꿈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쳤던 아내. 아내는 너무 약해져 잇었다.유코치는 "가진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만이라도 아내가 살아만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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