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우승의 원동력은 철벽 마운드

중앙일보

입력

창단 14년만에 처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한화 이글스는 '단기전 승부는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 격언을 또 한번 입증했다.

정민철과 송진우,이상목 확실한 선발투수 3명과 특급 마무리 구대성 등 철벽 마운드를 앞세운 한화는 롯데를 4승1패로 제압, 4전 5기끝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일궈냈다.

86년 대전과 충남.북을 연고지역 삼아 프로야구 7번째 구단으로 출범한 한화는그동안 4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88년과 89년,91년에는 잇따라 해태에게 무너졌고 92년에는 롯데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당시 한화는 이정훈과 장종훈,강정길,이강돈 등 중장거리포가 줄줄이 포진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믿을만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올 해는 사정이 달랐다.

지난 2년 연속 7위로 부진했듯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희수 감독이 신임 사령탑에 올려 팀 분위기를 쇄신했고 계형철 투수코치를 쌍방울에서 영입해 마운드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화는 전반기 이희수감독이 심판 폭행으로 7경기 출장금지를 당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후반기들어 송진우와 장종훈 등 고참들의 주도아래 팀워크가 되살아나 매직리그 2위,전체 승률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 할 수 있었다.

단기전 승부가 벌어지자 상위 4개 팀 중 최강 투수력으로 평가받은 한화의 마운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선발투수들은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정민철이 손톱 부상으로 자진강판한 플레이오프 4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5회 이상을 던져 자신들의 임무를 확실히 수행했고 구대성은 단 1번의 구원패만 기록하고 확실한 뒷마무리로 팀 승리를 지켰다.

한화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때는 용병 다니엘 로마이어를 비롯해 활발한 공격을펼쳤으나 긴장감속에 치러진 한국시리즈에서는 팀 타율이 1할대에 맴돌았다.

그러나 마운드의 안정속에 찬스때 착실하게 1점씩을 뽑는 경제야구로 7년전 롯데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대전 야구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반면 롯데는 한화에 버금가는 투수력을 가졌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7차전을 치르느라 마운드가 바닥난 것이 패인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지만 내세울 만한 에이스가 없었던 두산과 임창용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삼성도 올 겨울 투수 보강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