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統籌兼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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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야심가 전상(田常)이 노(魯)나라 정벌을 도모한다. 조국이 위급해지자 공자(孔子)는 자공(子貢)을 해결사로 투입한다. 전상을 찾아간 자공은 “노나라는 가난하다. 군주는 어리석고 대신들은 무능하다. 백성들은 전쟁을 혐오한다. 차라리 오(吳)나라를 쳐라. 오는 강하다. 노를 치는 것은 어렵고 오를 공격하는 것은 쉽다.” 전상이 갸우뚱하며 까닭을 물었다. 자공은 “나라 안에 우환이 있으면 강국을 치고, 우환이 밖에 있으면 약한 나라를 공격한다고 했다. 노를 무너뜨리면 군주는 오만해져 당신과 멀어지고 공신들이 권력을 다툴 터이니 나라가 위험해질 것이다. 대신 오를 공격해 패한다면 참전한 정적들은 없어지고 군주는 고립될 것이니 제나라는 당신 차지다”라고 대답했다. 전상은 군대의 진로를 오나라로 돌렸다.

 자공은 오나라로 간다. “약소한 노나라를 침범한 무도한 제를 토벌해 강성한 진(晋)나라를 위협하라.” 오왕 부차(夫差)가 대답했다. “좋다. 하지만 월(越)나라가 눈엣가시다.” 자공은 “내가 월왕을 만나 그들이 함께 출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공은 월왕 구천(句踐)에게 갔다. “복수할 결심이 섰다 해도 상대가 알면 성공할 수 없다. 지금 군대를 보내 오와 함께 제를 공격하라. 이기면 오는 진나라를 공격할 것이다. 나는 그때 진이 월과 함께 오를 공격하도록 설득하겠다. 이것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사소한 것을 양보하는(以屈求伸·이굴구신) 도리다.” 자공은 진나라로 가서 오와의 결전을 준비시켰다.

 ‘자공이 한 번 나서자 노는 보존됐고 제에는 내란이 일어났다. 오는 싸움에 져 멸망했으며 진은 강성해지고 월은 패자(覇者)가 됐다’고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 적었다.

 자공 외교가 성공한 비결은 통주겸고(統籌兼顧)였다. 통주(統籌)는 일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 대책을 세우는 것, 겸(兼)은 동시에 진행하는 것, 고(顧)는 고려(顧慮)다. 다방면을 통일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으로 다차 방정식의 셈법이다. 다시 격랑기(激浪期)이다. 일변도(一邊倒) 외교는 위태롭다. 전쟁과 평화, 투쟁과 화해, 충돌과 완화, 미국과 중국을 모두 통주겸고할 때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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