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은근슬쩍 또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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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민은행이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별도 관리하는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지난 3일 신설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일선 직원들도 2차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영업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모아 각종 교육과 외부 영업을 병행하는 곳이다. 은행 측은 6개월 단위로 영업 실적을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직원들은 다시 영업점에 복귀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목표에 미달한 직원에 대해선 재교육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대상 직원은 200여 명이다.

 은행 측은 지난해 10월 성과향상추진본부 설립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보류했다. 당시는 희망퇴직을 추진하던 시기라 성과향상추진본부까지 함께 밀어붙이기엔 다소 부담이 됐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강해 언젠가는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은행 측은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교육훈련과 연수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런 설명을 믿지 않고 있다. 노조 집행부 30여 명은 지난 3일 여의도 본점 12층 은행장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성과향상추진본부에 소속된 직원들은 연봉의 120%에 해당하는 영업 목표가 부여되고, 일정 기간 안에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면직까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직원을 재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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