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 외교단절 원하면 그렇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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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사 임명을 둘러싼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외교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테미르 포라스 베네수엘라 외무차관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베네수엘라 정부가 래리 팔머 카라카스 주재 미 대사 지명자를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국부무는 이날 “팔머 대사 지명자를 베네수엘라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대사를 추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 대사 부임을 반대한 것에 대해 미측이 보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에 대사로 부임하려는 사람은 이 나라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대사를 추방하고 싶으면 추방해도 괜찮다. 미국이 외교관계 단절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팔머 지명자는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측근들이 콜롬비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마약밀매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베스는 “팔머의 발언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가 베네수엘라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커피를 준 뒤 바로 떠나라고 할 것”이라며 그의 부임을 정식으로 거부했다.

 외교가에선 “양국 정부가 그동안 팔머 부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국교 단절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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